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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Dec 28. 2020

겨울왕국 알프스가 특별한 이유

눈 덮인 동화 속 마을의 낭만

프랑스 남동부 론 알프스(Rhone-Alpes) 지역에는 므제브(Megève)와 레세지(Les Saisies)를 비롯해 겨울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 올해는 프랑스 전역의 스키장이 문을 닫아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어렵지만, 설경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 눈 덮인 알프스에 깃든 겨울 정취를 전한다.



설탕처럼 곱게 산봉우리를 덮은 눈,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 정상을 바라보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마다 감탄이 멈추지 않는다. 푹푹 빠지는 눈 위를 등산화로 걷는 것이 걱정된다면 스노우 슈즈인 라켓(Raquette)을 신고 걸어보면 어떨까. 땅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해 눈 위에서도 쉽게 걸을 수 있게 해 준다. 이 지역의 스키와 하이킹 코스는 3~4개의 큰 산맥을 중심으로 나뉘며, 대부분이 고도 2,000m에 달하는데 우리는 1,889m의 Chard du Beurre를 선택해 정상까지 걸었다.




하이킹과 스키는 기본. 산악용 전동 자전거인 팻바이크(Fatbike), 레일썰매 등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윈터 스포츠는 무궁무진하다. 총길이 445km에 달하는 스키 코스를 자랑하는 므제브(Megève), 또 다른 마을인 레세지(Les Saisies)에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해발 1,650m 스키 트랙이 있다. 빙질이 좋을뿐더러 코스도 다양한 이 지역의 스키장은 12월부터 이른 4월까지 수많은 스키 캠프가 진행되는데, 운이 좋다면 밤 중에 횃불을 들고 정상에서부터 내려오는 아이들의 야간 스키 행렬을 볼 수 있다.




알프스라고 해서 각종 산악 액티비티만 경험할 필요는 없다. 느긋한 휴식을 원하는 이라면 호화로운 샬레의 벽난로 앞에서 노곤하게 책을 읽거나 스파와 사우나를 즐기고, 풍부한 향과 맛의 치즈를 맛봐도 좋을 것이다. 이곳에 있는 보포르(Beaufort) 마을의 치즈는 1,500m의 높은 고도에서 방목해 키우는 소의 우유로 만들어지는데, 특히 여름에 만들어지는 치즈는 알파인 클로버 꽃과 풀의 향이 담겨있어 최상급 치즈로 여겨진다. 이곳에서만큼은 퐁듀나 라클레트 같은 치즈 요리를 꼭 먹어보자.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작은 집을 지날 때마다 장작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코 끝을 맴돈다. 정각에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 꽁꽁 언 강물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작은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의 들뜬 모습까지, 겨울의 풍경이 빼곡하게 마음을 채운다. 반나절쯤 여유가 된다면 스키 타운을 벗어나 인근에 있는 보포르(Beaufort)와 같은 산악 마을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아기자기한 동네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운전이 능숙한 이라면 보포르 마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높은 고도에서 마을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산속의 로즐랑 호수(Lac de Roselend)로 향하는 도로가 폐쇄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라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호수를 벗 삼아 트래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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