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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브르사비 Oct 22. 2020

지중해 햇살과 사이프러스 나무, 남프랑스의 낭만이 가득

무스티에 생트마리와 고흐드

프랑스인 세 명에게 물었다. 남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세 곳은 어디인지. 나머지 두 곳은 달랐지만 단 한 곳만은 답이 같았다. 해발 635m에 숨겨진 작은 별, 무스티에 생트마리, 바로 그곳이었다.




별이 지지 않는 마을,

무스티에 생트마리(Moustiers-Sainte-Marie)


천 명도 안 되는 인구가 사는 작은 마을. 5세기 무렵, 이탈리에서 이주한 수도승들이 수도원을 만든 것이 마을의 시작인 만큼 정상에는 노트르담 보부아르(Notre Dame de Beauvoir)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거대한 두 절벽 사이의 별은 이 마을의 상징이다. 금색 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온다. 십자군 전쟁 중 붙잡힌 마을 출신의 기사가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의 마을에 별을 걸어 신의 은총을 기리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총 17가지 정도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서로 사랑하던 연인이 가족의 반대에 목숨을 끊었고, 훗날 가족들이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마주 본 바위에 별을 매달았다는 비극적인 전설도 있다. 중세 시대에 이토록 높은 곳에 구조물을 어떻게 걸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225m의 긴 체인에 걸린 별은 지금까지 11번 떨어져 복구되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관광업 이외에도 도자기로 수입을 얻는다. 마을 중심가에서 도자기를 파는 가게를 흔히 볼 수 있다. 18세기에는 12개 이상의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도자기에 그려진 꽃과 과일이 매우 선명하고 아름답다. 시간이 있다면 도자기 클래스를 신청해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현재 3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마을에 있는데, 20세기에는 2만 그루에 달했다고 한다. 올리브의 이상적인 생육환경이 해발 600m 이하인 것을 감안할 때, 꽤 높은 고도에서 올리브를 재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마을, 고흐드(Gordes)

어느 곳과도 이어지지 않을 듯한 바위산 마을에 여름 햇살이 우아하게 내리쬔다. 태양을 품은 포도알의 달콤함과 알싸한 흙 내음, 사이프러스와 올리브 나무, 돌벽과 테라코타 지붕까지. 남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모든 정취를 이곳에서 음미할 수 있다.



뤼베론(Ruberon) 인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마을 중 하나인 고흐드는 ‘독수리 둥지’라는 마을의 별칭처럼 석회 바위 위에 세워진 중세시대의 마을이다. 특유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날씨 덕분에 샤갈, 앙드레 로트 등의 예술가가 머물렀던 곳이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배경이기도 하다. 마을 어디를 가더라도 화가들의 눈을 사로잡았을 법한 빛의 물결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인상적인 것은 마을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 짓는 건물일지라도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건물의 외벽과 담은 특정한 돌을 사용해야 하며 테라코타 지붕이어야 한다고. 프랑스 남쪽으로 갈수록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마을이 많은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16세기에 지어진 고흐드 성과 마을, 인근의 세낭크 수도원(Sénanque Abbey), 보리마을(The village des Bories)을 중심으로 둘러본다면 반나절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1148년도에 지어진 세낭크 수도원은 차가운 석회석 외벽과는 반대로 화려한 라벤더밭이 입구부터 길게 이어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라벤더는 6월 중순경부터 만개하는데, 남프랑스 전역이 아찔한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보라빛 물결로 넘실거린다. 7월 중순경 수확을 마무리하는 대부분의 지역과 달리 이곳에선 7월 말에도 여전히 라벤더를 볼 수 있었다.


수도원의 기념품 샵에는 라벤더 비누, 향낭, 올리브, 해바라기 등의 각종 오일과 지역 특산물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한편 세낭크 수도원은 극도로 엄격하고 검소한 수행 방식을 토대로 생활하는 수도원 중 하나이다.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종교적 수행은 물론, 식사 시간 동안 침묵하며 7시간 이하의 수면과 소식, 자급자족하는 생활 방식 등을 따르는 수도사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이국의 땅이건만, 낡고 작고 아름다운 이 마을에서 나는 한없이 익숙함을 느낀다. 양손과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고 지칠 때까지 골목 이곳저곳을 걷는다. 집 앞에 놓인 작은 화분, 몇 천번이고 열고 닫았을 나무 현관문, 수줍게 걸린 빨래를 보며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의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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