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 15. 타일 시공
이유는 모르겠지만 구축 아파트일수록 후세대 아파트에 비해 골조의 수평과 수직이 심각하게 뒤틀려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80년대의 건설 기술과 21세기의 건설 기술이 달라서 그런 걸까. 타일 공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도 이같은 골조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특히 화장실은 벽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수직 단차가 5센티미터(cm)나 됐다. 전공정에서 미장 기술자가 40킬로그램(kg)짜리 레미탈을 4포대나 써가며 최대한 수평 수직을 잡아줬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같은 현장의 특성 때문에 화장실벽 타일링은 애초에 압착 시공을 포기하고 시멘트 떠붙임 시공을 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바닥은 단차를 잡은 다음에 압착 시공으로 타일을 붙였다.
타일 도공은 떠붙임 시공을 하면서 벽의 단차를 정말 신경 써서 메워주셨는데, 이 과정에서 떠붙임용 레미탈 5포, 미장용 레미탈 4포를 사용했을 만큼 자재가 많이 들어갔다. 다행히 결과물은 굉장히 훌륭했다. 화장실의 수직 수평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아름다워졌다. 물론 가장 튀어나온 부분을 기준으로 벽의 단차를 교정해나가는 과정에서 화장실 크기가 상하좌우로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BOX6] 떠붙임 시공과 압착 시공
떠붙임 시공(떠발이): 타일 뒷면에 붙임 전용 몰탈을 바르고 벽체 등에 눌러 붙이는 공법이다. 시공할 바탕면이 고르지 않을때 많이 사용한다.
압착 시공: 바탕 몰탈 위에 붙임 몰탈이나 전용 본드 등을 고르게 바르고, 그 위에 타일을 눌러 붙이는 공법이다. 떠붙임 공법에 비해 붙임 몰탈을 얇고 평평하게 바르는 것이라 바탕면의 평활도가 좋아야 한다.
주방 씽크대 벽면에도 타일을 붙였다. 주방 벽면 마감은 씽크대 상판 마감재로 쓰이는 인조대리석, 엔지니어드스톤, 세라믹 등을 그대로 벽까지 감아올려서 처리하는 방법과 일반 타일로 처리하는 방법 두 가지를 주로 많이 사용한다. 우리는 건축주의 요청대로 예산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애초에 상판 마감재를 벽면으로 감아올리는 방식은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대신 깔끔하고 예쁜 타일을 골라 벽면을 장식하기로 했다. 타일은 600밀리미터(mm)×300(mm) 사이즈의 화이트 무광 자기 재질 타일로 선택해 깔끔한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세로 줄무늬가 있어 한층 고급스럽다.
주방 벽면을 타일로 처리할 때의 장점이 예산과 디자인의 다양성이라면 단점도 분명히 있다. 요리를 하다가 기름이나 소스가 튀기 쉬운 벽면 특성상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무광 자기질 재질 타일의 경우 벽면에 묻은 이물질을 오래 방치하면 이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오염에 강한 엔지니어드스톤이나 인조대리석 등을 감아올리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 있지만, 타일의 장점도 뚜렷하기 때문에 마감은 집주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우리가 고른 타일처럼 가로와 세로 사이즈가 다른 타일을 붙일 때는 가로 시공을 할지, 세로 시공을 할지 등도 미리 생각해두면 좋다. 씽크대를 설치했을 때 노출될 타일 면적을 고려해서 우리 현장은 가로로 시공했다.
현관 바닥은 인천 용타일에서 재고떨이 이벤트로 50% 세일을 하는 600×600(mm) 타일을 데려왔다. 면적은 좁지만 현관은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와 첫 인상을 남기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고급스런 부자재를 선택하고자 신경 썼다. 다용도실 바닥은 유일하게 타일 덧방으로 진행했다.
타일은 여러 가지 디자인과 재질이 있는 만큼 집주인의 개성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는 소재다. 우리 현장의 경우에는 취향을 타지 않는 화이트나 베이지 등 색상의 타일을 주로 사용했다.
현관과 마루, 화장실과 마루, 발코니와 마루가 만나는 입구는 인조대리석 문지방(이른바 '식기', '시끼'라고도 한다)으로 시공했다. 인조대리석이 들어갈 입구의 사이즈를 미리 측정한 후 을지로 대일도기사에서 미리 맞춤 주문해뒀다가 타일 시공팀이 들어왔을 때 시공을 부탁했다. 당초 마루의 높이와 12T 두께 인조대리석 문지방이 정확히 같은 높이로 만나는 이른바 ‘빡치기’ 공법으로 현관 입구부분을 시공했다. 빡치기는 정확히 같은 높이로 만나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만약 현장의 여건이 0.5mm 오차 미만까지 정확하게 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면 문지방 높이를 마루보다 미세하게 높이는 '올라타기' 시공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