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_앙드레 고르
편지 쓰는 게 낯설었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고, 핑계를 대자면 휴대폰 문자와 인터넷 메일이 익숙했던 터라며 넘겨야 할 듯 싶다.
입대한 친구에게 편지 한 통 쓰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를 붙여가며 겨우 한 장을 채우고 나면 이미 반나절이 지나있었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입대한 이 후에도 편지 쓰는 것은 거의 노동에 가까웠다. 꾸준하게 편지를 받으면서 염치없게도, 성실하게 답장을 하지 못 했다. 그렇게 몇십 통 정도의 편지를 받았을 때 열 통 남짓의 답장을 했던 것 같다. 그 때도 미안하고 지금은 더 미안하고, 아무튼 미안하다, 그런데 편지는 못 쓰겠다.
그럼에도, 지금은 속의 것을 전해야 할 때 편지를 써보려 노력하고 있다. 편지지에 바로 쓰지 못해 연습장에 '초안'을 쓰고 다시 편지지에 옮겨 적다보면 또 반나절이 지나겠지만, 그래도 '꼭 전해야만 할 것이 있을 때' 반드시 편지를 써야겠다.
+ 'D에게 보낸 편지'_앙드레 고르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가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 쓴 편지를 엮은 책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아내를 사랑했던 앙드레 고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남기려 했고 아내와의 첫 만남부터 최근까지의 이야기를 한 통의 긴 편지에 담았다.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쉽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