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기억하는 물건
완제품 보다는 손으로 만드는것이 가치있다 생각했었어요. 몇년전에는 발렌타인에 여러가지 초콜렛을 만들어 이쁜유리병에 담아 선물하고 빼빼로데이에는 친구와 참깨스틱에 초코를 발라 이쁘게 포장하고 선물하기도 하였지요.
겨울이 다가오면 그의 목이 서늘하지 않게 틈틈히 목도리도 떳던게 기억나네요. 그때 난 여전히 공부하는 중이었으니 지하철로 오고가는동안 그를 생각하며 뜨개질을 했었어요. 손 재주가 없는 나는 실의 코가 없어지거나 잘못되었을 때마다 부전동 실 파는곳에 들러 수십번 조언을 듣고 잘못된 부분을 고쳤었죠. 사실 실값은 완제품을 사는것보다 비쌌어요. 대량생산의 효율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난 매주받던 용돈에서 실값을 조금씩 나눴어요. 아마 7타래를 샀을거에요. 그에게 좋은것만 주고 싶었으니 당연히 실 중에 제일 부드럽고 도톰한 실을 골랐죠.
실타래가 줄어드는 만큼 완성되어가는 목도리의 길이도 길어졌어요. 만들어지는동안 어느길이가 적당할지 몰라 내 목에 여러번 걸쳐보며 길이를 정했죠.
목도리를 완성하던 날이 생각나요.
마무리하는 걸 할줄 몰라서 실파는집에서 도와주셨는데 제게 이니셜을 넣을거냐고 물어보셨죠. 저는 제가 넣겠다 말하곤 검은색 실로 자그만하고 느슨하게 MJ라는 이니셜을 넣었어요.
내가 없을땐 이니셜을 뜯어서 쓸수 있도록..
제가 그 목도리를 선물하였을때 그는 몇번이나 사온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말이 어찌나 듣기 좋던지 한두달동안 지하철에서 시선을 받으며 뜨개질을하던 수고는 기억나질 않았어요.
내가 없을땐 이니셜을 떼고 쓰라는 말은 끝내 하지 못했어요. 헤어질땐 뒤도 안돌아보고 돌아섰으니 그런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죠. 시간이 많이 지나니 내 손을 탄것들이 기억나네요.
올해 겨울도 많이 춥네요.
따뜻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