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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Sep 10. 2016

잠 설치다

새벽 고성

한밤중 갑작스럽게 짖어대는 동네 개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앙칼지게 저항하는 소리와  거칠게 내리찍듯 짖어대는소리가 겹쳐  무슨 일인가 싶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 시였다.

그리고 잠시 조용 한가 싶었는데  골목에서 젊은 남자의

고함 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계속 이어지는 고함과  몸이 부대끼는 소리, 여자의 앙칼진 고함은 개들이 싸우는 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개들의 싸움이 사람들에게 전이 된 것인가.

동네가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는 통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창문으로 엿보니 골목길에서 젊은 청년이 한 청년을 안고 몸싸움을 말리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청년이 분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잖아 라는 말이 근근 이어졌다.

힘겹게 청년을 안고 거리를 벗어나려는데 청년은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를 향해 용을 쓰고 달려나가려했다.

야ㅡ그만해ㅡ 그만하라니까ㅡ

말리는 청년의 고함은 싸움을 시도하려는 청년의 자근자근하는 목소리를 지워버렸다.

누가 분노하고 있는지 누가 싸우려고 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렇게 말리는 청년이 내지르는 고함 소리는 15분가량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동네의 고요는 컸다.

잠을 자고 있던 딸도 초등 아들도 일어나 창문밖 소리를 주시했다.

 끊어진 고함 소리가 계속될 쯤 누군가 기어코 신고를 했는지 두 대의 경찰차가 나타났다.

경찰은 두 청년을 차에 타라고 했고 청년은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노릇인지 청년 둘은 골목길 밖으로 사라지고 문제의 근원지인 옆건물에서 경찰차는 서 있었다.

여자 목소리가 들리고 소란스러움이 잦아질쯤  두 대의 경찰차는 멋쩍게 사라졌다.

아무도 경찰차를 타지 않았다. 경찰이 온 덕에

새벽의 고성은 사라졌지만 30분이 넘는 고성 실랑이 탓에 잠은 일찌감치 달아나버렸다.

진작 신고를 했어야 하는건데 동네 사람들이 참 잘 참는것 같다.

좀 있다 그치겠지 그치겠지 하면서 관망하였더니 더욱 가관이 되었던 것이다.

개들의 화가 사람들에게 전이되고 그리고 나에게도 전이 되었다.

내안에 적재된 분노가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잠을 설치고 신경은 날카로워졌으며 내안의 분노를 달래려 이 글을 쓰고 있다.

신경질 짜증 분노 이런 감정들이 내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적체된 분노도 있다. 밑도 끝도 없는 화의 에너지가 가을 새벽에도 일어나 불꽃을 팔랑인다.

나는 오늘도 화의 에너지를 느끼고 바라본다.

알 수 없고 밑도 끝도 없는 잠재우기 힘든 분노의 에너지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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