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30일 날 쓴 페스트 독후감 기록을 보며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온 몇 안 되는 독서 후기를 브런치로 옮기면서 가장 흥미로운 글은 역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였다. 1월의 마지막 날에 기록된 독서후기는 지금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까지만 해도 (물론 큰 숫자지만) 사망자 132명을 웃돌았으며 이토록 장기전이 될 줄 꿈에도 모르고 염려 가득한 후기로 글을 마쳤다.
과거엔 미래였지만 현재로서는 이 글이 과거다. 말이 어렵지만 페스트는 정확하게 세계를 간파했다.
[내용 중] 1부 끝자락 즈음 정부는 페스트를 공표 하지만 여전히 오랑 도시 속 붐비는 극장과 길거리를 보아 페스트는 남일이다. 2부가 시작되면서 시(市)의 출입문이 봉쇄되는데 이때부터 공포는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WHO(세계 보건 기구)는 비상사태 선포를 놓고 오는 30일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 책을 미루어 볼 때 바이러스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 비상사태를 조치하고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을 제한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이와 같았다. 코로나 위험성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지만, 여전히 길거리는 붐볐고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어 초기 대응 시 비상사태가 조금 늦게 선포됐고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도 뒤늦게 제한됐다.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지금 상황과 맞닿은 느낌이다. 다시 페스트를 읽었을 땐 소름 끼치게 예언한 카뮈의 시각에 놀라며 책을 읽어갔다.
[1월의 페스트 독서 후기 기록]
현재까지 사망자 132명, 확진 5,974명. 우한 폐렴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우한은 어느 도시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 페스트로 수많은 사망자를 낳았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속 작은 도시 '오랑'과 닮아있다.
사실 책을 완독 한 지 일주일이 꽤 넘었다. 우한 폐렴이 중국을 강타하기 전 정말 우연히 페스트를 완독 한 것이다. 유튜브나 각종 SNS에 봉쇄된 우한 관련 영상, 글들은 흔히 '우한 실태' '우한 현재 상황' 등 사진 속 긴박한 모습과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으로 가득하다. 우한 도시 병원 내 일하는 간호사들이 감염과 근무 불편함을 줄이고자 머리를 자르는 모습, 평소라면 복작복작한 거리지만 썰렁한 거리는 심각성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텅 비었다.
다시 책 이야기를 하자면 , 페스트의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리외는 오랑 속 의사로 등장한다. 진료실을 나온 리외는 한 마리 죽은 쥐를 밟게 된다. 곧장 이상을 직감했지만, 그저 사람들은 쥐 사체를 누군가의 장난 혹은 날씨 탓으로 치부할 뿐이다.
1부 끝자락 즈음 정부는 페스트를 공표 하지만 여전히 오랑 도시 속 붐비는 극장과 길거리를 보아 페스트는 남일이다. 2부가 시작되면서 시(市)의 출입문이 봉쇄되는데 이때부터 공포는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공포는 순식간에 활발했던 도시에 적막을 낳았고, 도시는 먼 과거로 회귀해 하나의 자급자족의 공동체가 된 듯했다.
책의 결론은 일단 다행이었다. 페스트가 점차 고개를 숙이면서 사망자도 차차 감소했다. 시의 출입문이 개방되고 또 다른 슬픔을 맞이한 사람들과 기쁨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 책은 한마음 한뜻으로 페스트를 물리쳐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선뜻 내뱉지 않는다. 오히려 이별과 같은 감정의 지배로 도시를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반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또한 페스트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고 기본적인 일을 꾸준히 감내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왜 페스트를 눈여겨봐야 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현재와 닮아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질병을 대처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비슷하다.
현재 중국 정부가 안일한 대처를 했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상황이 오기 전 중국 국민과 여타 다른 나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다는 점이다. 우한 내 시민이나 여행객 등이 올린 영상과 글로 심각성을 판단할 뿐이었다. 이조차도 조작과 거짓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책 초반에 '페스트'를 대응하는 오랑시 정부도 이와 비슷했다. '페스트' 단어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수천 명의 목숨을 빼앗을 위급한 상황에도 페스트 공표는 1부 끝자락에서 진행됐다. 이미 사망자와 전염자는 걷잡을 수 없던 상황이다.
주제넘지만 페스트 상황을 미루어 우한시(市)의 미래를 가정해본다면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판단력이 상실된다면 우한을 넘어 전 세계가 패닉 상태까지 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다. 이미 아시아는 물론 유럽 내 핀란드, 프랑스 등 전 세계 우한 폐렴을 확진받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 없다. 한국 정부는 우한시에 갇혀 있는 자국민 이송을 위해 전세기를 띄우고자 했지만 중국 측에서 거절한 상황이다.
앞선, 대처 방식과 더불어 현재를 예상했다는 듯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현재 우한시의 다양한 사람들과 닮아있다. 림프종이 발갛다 못해 썩어가고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끝까지 치료를 완수하려는 주인공 리외와 보건대를 조직하고 기본적인 사무 처리를 능숙하게 해내는 여러 등장인물을 보며, 각종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속 우한시 내 병원에서 열 일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해 최전방에서 폐렴과 싸우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버랩됐다.
WHO(세계 보건 기구)는 비상사태 선포를 놓고 오는 30일 긴급위원회를 소집했다. 책을 미루어 볼 때 바이러스에 과잉 대응이란 없다. 비상사태를 조치하고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을 제한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잠깐의 헤어짐은 그리움을 낳지만 기약한 만남을 이룰 수 있다. 오랑시의 출입문이 개방됐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아비규환이었던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슬픔을 흐느낀다. 현재도 동일하다. 더 많은 사람이 기약한 만남을 지킬 수 있도록 잠깐의 헤어짐은 허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