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도전_소공녀 세라가 된 '나'

생존을 위한 상상일까, 꿈을 꾸는 환상일까, 현실을 도피한 망상일까.

by 오라일


"아버지의 사업 실패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기숙학교 다락방의 하녀 신세가 되었을 때에도

세라는 비굴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세라는 현실을 못 바꿀 바에야 상상으로 현실을 극복하기로 했다. 자신을 바스티유 감옥에서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공주라고 상상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공주의 위엄을 일지 않으려 노력했다.

빨강머리 앤에게 상상이 '놀이'였다면, 소공녀 세라에게 상상은 '생존'이었다. "


-소공녀 세라, 안부를 묻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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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일 때,

나는 생존의 상상을 한다.

상상은 어쩔 땐 진통제처럼 약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당시, 나의 상황은

공황과 우울로 뒤덮여 있어, 아이는 시댁에 가있고 친정엄마는 24시간 나를 간호하고 있었고, 남편은 일과 가정을 돌보려 애썼다.


나는 나에게 처해진 힘든 상황을 남편에게 화풀이했고, 어쩔 땐 한 없이 기댔고, 또 원망했다.

나의 모든 감정을 다 받아 줄 수 있는 배우자라고 믿었다.

하지만 나의 화살 같은 말에 남편은 상처받았고, 나의 끝없는 우울함에 남편은 지쳐갔고,

괴물처럼 변한 나를 남편은 점점 포기하려는 게 보였다.

너무나 서글펐다.

내가 아프니까 날 싫어하는구나라고 스스로 단정 지으며 자기 혐오감에 빠져 나 자신을 가장 미워했다.


'나' 하나만 괜찮아지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는 건데, 그건 알겠는데, 할 수 없었다.


"공허"라는 감정이 내 안을 지배했다.

이 단어는 감정이지만, 나에겐 통증이었다.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공허"라는 통증이 멈추면 좋겠는데.. 이 통증은 내 몸을 계속해서 갉아먹었다.


텅 빈 마음을 뭐라도 채워야 했다.

글을 쓰기도 하고, 성경도 읽고, 오래전 종종 보던 웹소설도 보게 되었다. 이 세 가지 모두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 중 웹소설은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유일한 자극제였다.

장편의 웹소설도 하루면 완결해서 보았다.

하루 종일 잠자는 시간을 빼면 소설을 보았고 , 현실보다 소설 속 주인공을 더 찬양하며 심취해 있었다.

천국보다 더 천국 같은 소설 속을 상상하면 끔찍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소설 다 읽고 나면,


"나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내가 멀리 도망가도 왕자님이 나를 구하러 오는 상상"


"내가 시한부여도, 죽음에서 나를 구하고 사랑해 줄 왕자님"


이런 극한 상상까지 하며 남편에게 기대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 속 해피앤딩으로 위로를 받았다.


잠깐의 통증을 멈추기 위해 상상을 하고.

꿈을 꾸듯 환상을 가졌으며.

망상이라도 좋으니 환상 속에 갇혀 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상상과 망상의 경계에서 아슬하게 서 있었다.


나는 알고는 있었다.

소공녀 세라가 하는 상상은 건강한 것이지만,

내가 하는 상상은 망상에 가깝다고 자신을 진단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머릿속 망상을 직접 글로 써보는 게 어떨까.

적어도 망상이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처음으로 '소설'이란 것을 써보았다.

상상은 참 쉬웠는데 글로 옮기자니 어려웠다.


소설 플랫폼에 무료연재를 했다.

<첫 웹소설>


내용은 내가 늘 생각했던 백마 탄 왕자님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여주인공을 그야말로 미친 듯이 사랑하는 내용이다.

나의 결핍이 소설에 많이 묻어져 있다.


가끔 이 소설을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너무 외로웠구나. 사랑받고 싶었구나.



소설은 2만 자밖에 안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그 당시 자기혐오에 빠진 나에게

내가 쓴 소설에 댓글도 달리고

좋아요나 선작을 받으면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단 한 명이라도 봐준다면 정말 감사하다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구독수가 많아 놀랐다.)


지금도 계속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취미가 되었다.


나의 상상을 글로 풀어내는 것으로 건전한 치료라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브런치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는 것에 전혀 무지했던 내가, 우울과 공황을 통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공황과 우울로 잃은 것도 있지만

글쓰기라는 취미를 얻었다.


인생은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는 교훈을 얻으며..


#공황에 걸린 후 내가 이룬 것#

1. 모델되어 보기(ㅇ)

2. 웹소설작가, 브런치작가되기(ㅇ)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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