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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연 Jan 17. 2020

[2019.08 이탈리아 여행] 출국~1일차 로마

휴가를 여행 일정으로 꽉꽉 채운 겁 없는 신입의 이탈리아 여행기


사진은 모두 Fuji x-t20, xf 18-55 mm



2019년 8월 마지막 주, 직장인이 되고 여름 휴가를 처음 보내게 됐다.



평일 5일 연차 내고 앞뒤로 주말 이틀씩을 붙여서 9일이 휴가로 주어졌다. 6월쯤에 선배들 휴가 일정 다 짜고 남은 2주 중 일주일을 휴가를 쓰게 됐다. 7월 극성수기 셋째주와, 8월 마지막 주가 남았더라.



사실 9월에 가고 싶었다. 영화 <리플리> 같은 곳에서 심어진 환상과, 오페라와 음악, 피자와 파스타를 많이 먹고 싶어서 이탈리아 남부를 취업 후 꼭 첫 휴가로 다녀오고 싶었는데, 7~8월에 가는 건 더위에 약한 나에게 극한의 고통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이라 9월에는 절대 휴가가 안 된대서(근데 생각보다 국정감사 기간은 바쁘지 않았다 응?) 그냥 8월 말로 선택했다. 심지어 쉬는 9일을 꽉꽉 채워서 토요일 출국, 그 다음 주 일요일 귀국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회사 복귀의 스케줄을 짜버렸다. 계획 짜던 도중에는 몇 년 전 유럽 여행 갔을 때 피렌체를 못 가본 게 아쉬워 피렌체 일정까지 껴버려서 도시 이동도 잦았다. 패기가 넘치는 신입이의 휴가였던 게다. ^^ 게다가 발목 부상으로 한 달여 간 한 반깁스를 8월 초에야 간신히 풀었기 때문에 돌로 된 바닥 위를 걸어 다니는 유럽 도보 여행은 체력을 금방 소진했다. 캐리어도 엄청 무거웠다^^



더운 날씨에 빡빡한 이동 계획, 발목 부상 콤보!!!!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욕지거리가 가끔 툭 튀어나오는 것이고, 내가 내 돈 내고 여기 와서 왜 이렇게 극기 훈련을 하고 있지 허탈한 것이다. 여행 초반 피렌체에서 방문한 두 카페에서 모두 극명한 인종차별을 당해서 기분도 안 좋아졌다.



게다가 혼자 간 여행이 처음도 아닌데, 생각보다 외로웠고, 용기가 없는 나를 많이 느꼈다. 뭔가 부딪혀보기보단 주저하는 것을 선택하는 걸 보면서 생각보다 도전적인 성향은 아니라는 걸(아예 모르던 성격은 아니지만)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래도 아주 뻔한 말 중에, 시간이 지나면 미화되는 게 여행이라는 말이 있더라지. 당분간 유럽은 안 갈 것 같지만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견뎌야 하는 비행시간은 끔찍이도 길고, 흔히 말하는 '유럽뽕' 같은 건 사라져버렸다) 생각보다 공공장소에서의 초상권 문제도 없어서 어쩌다 보니 캔디드 포토도 찍어봤다. 무엇보다 미술 작품 실제로 보는 건 정말 정말 인쇄된 것으로 보는 것과 다른 경험이다.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준 아빠 ㅋㅋ 입국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는 모습 아련하게 찍었는데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보이게 나왔지...ㅋㅋ '너 혼자 여행 가니까 좋냐' 이런 느낌! ^^







아 이날 사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당황스러운 사실이 있었는데 캐리어를 잠궜는데 내가 알던 번호를 넣어도 안 열렸다. 당황해서 유튜브나 인터넷으로 여는 방법 찾아보고 무슨 핸드폰 불빛으로 돌려서 알아내기 이런 것까지 하면서 1시간 동안 쇼에 쇼를 거듭했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0000부터 9999까지 하는 개노가다도 절대 근성이 없어서 완료하지 못함. (근데 몇달 뒤에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여는 법을 잘 몰랐던거 같기도? 비밀번호 맞는걸로 입력하면 바로 열 수 있는게 아니라 똑딱이 같은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야하는데 생각해보니 그거 시도도 안 한 거 같다.^^ 뇌를 어디에 두고 다니는걸까?)



결국 인천공항 가서 잠긴 캐리어 따준다는 곳에 가서 3분만에 해결하고 열었다 ^^; 3만원 정도 지불한 것 같다, 기술 최고!











고등학교 때 제주도 여행갈 때 빼고 대한항공 처음 타 봤다.




















기내식 두 번 먹었는데 저 중 감자가 제일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나머지는 인상적이지 않았던 맛이었다. 생각보다 이코노미석 너무 좁아서 진짜 아슬아슬하게 먹었다.


















기내 영화 한 편 보고 (kkk단원이랑 흑인인권운동가가 친구가 되는 그런 영화 봄...<the best of enemies>였는데, 전개는 뻔하다) 급하게 사놓은 이탈리아 관련 책도 이북으로 뒤적거리고, 잠 좀 자다가 (목베개를 안 갖고 와서 정말 목이 넘나 아팠다 계속 뒤로 젖혔다, 엎드렸다, 옆 창가에 기대서 잤다가 자세 바꿔가며 잠 ㅠㅠ) 겨우 로마에 도착했다.

























오후 7시쯤이었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피우미치노 공항) !!! 5년만이다 ㅠㅠ 대학생 때 유럽여행 갔을 때 여기가 out 장소였는데 현금도 부족하고 카드에서도 돈이 안 뽑히는데 공항으로 가는 차비가 없어서 친절하신 어느 여행객에게 빌려서(사실 그냥 받은거임) 왔던 기억이 난다...

















버스 타고 떼르미니역으로 이동~ 참고로 로마에선 1박만 하고 바로 피렌체로 떠날 예정이고, 마지막 날 전날에 하루 더 놀기로 ㅎㅎ


















가는 길에 본 콜로세움도 반갑고, 떼르미니역에 내리니 괜히 벅찼다. 로마는 5년 전에 갔을 때, 기대보다 더욱 더 낭만적이고 마음에 들었던 도시였다. 걷는 곳곳이 유적이쟈나...




























원래 계획은 TIM 가서 유심 사는거였는데 떼르미니역에 있는 두 곳은 모두 닫히거나 닫을 예정이라고 거부당했고 ㅠ Conad에서 요깃거리할 과일이랑 작은 술을 좀 샀다.












숙소에선 잠만 자고 바로 피렌체로 떠날거라서 떼르미니 근처 괜찮아보이는 호텔로 잡았다. 가는 길에 발견한 컵라면 ㅎ















마와리(수습 기자 시절, 경찰서 돌면서 취재하는 것)돌 때의 영등포역을 연상시키는 어둡고 어딘가 무서운 떼르미니역 부근을 5분 가량 걸어서 도착한 호텔. 내부는 고풍스럽고 깔끔했다. 아 여기서도 좀 바보 같았던게 손잡이를 열 때 내려서 내쪽으로 당겨서 열어야하는데 밀기만 하고 안 열려서 데스크에게 문의 ^^ 데스크 직원님이 '웅?' 이런 표정을 지으며 열어줬는데 순간 뻘쭘. 방은 아담하니, 인테리어가 내 맘에 들었다 ㅎㅎㅎ















혼자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 잘 안 해서 거의 없는 내 셀카 중 하나. 얼굴을 다 가렸지만 말이다.











목표가 이탈리아 비데 써보기였는데...실패...난 수동식 같은건 못하는 바보야...



















여행 갔을 때 잘 못 알아듣는 언어일지라도 그 나라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걸 좋아하는데, 틀자마자 파바로티 형님 나옴ㅎㅎㅎ 근데 어딜 틀어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엄청 많더라.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리나라가 최고지, 컨트리 음악 같은거 부르고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집중은 못함. 납작복숭아랑 와인, 치즈 먹고 푹 잠 자면서 1일차 같지 않은 1일차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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