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지 않은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비용의 부담도 있지만 귀찮은 게 상담을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한 상담에서는 연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징크스를 선생님께 고백했다. 선생님께서는 하나의 패턴이라고 표현을 하셨는데, 그것은 바로 어중간한 관계를 유지하는 시기에 상대방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한다는 것이다.
처음은 스무 살 때였다. 오리엔테이션 때 각 과마다 과의 특성을 살려 워크숍을 하는데, 다른 과의 한 사람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집요하게(?)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름과 나이, 연락처를 알아내서 둘이 만나게 되었다.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하는 날이면 같이 커피를 마시며 캠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일에는 케이크를 챙겨주고, 나는 그렇게 ‘혼자만의’ 연애를 해 나가고 있었다. 고백도 못해본 채 어중간한 관계를 이어가다가 연락이 뜸해질 즈음,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고 마음을 접게 되었다. 그게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였다.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8살이나 많았는데, 어느 순간 반해버린 내 눈에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음악 취향이 같은 게 화근이었다. 우리는 가까워졌고, 연인 같은 스킨십도 있었다. 그런데 여지없이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이 뜸해지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더니, 알고 보니 내 뒷 타임 아르바이트생과 사귀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최악의 마무리였지 싶다.
마지막으로는 대학 졸업반이던 때 같은 과의 선배였다. 사람한테서 빛이 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어느 순간 그 선배의 얼굴에서 빛이 나더니, 좋아하게 됐다. 팔짱을 끼고 다니고, 단둘이 전시도 보고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주변에서 사귀는 게 아니냐는 말을 몇 번이고 들었다. 결론적으로, 사귀지 못하고 애매하게 끝나게 됐다. 이번엔 내 후배와 사귄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로도 몇 번 있었지만 위와 같은 ‘패턴’은 아니었다. 늘 내가 먼저 좋아하면 저런 패턴이 반복되었다. 선생님께 이 모든 걸 말씀드리고 나니 후련하긴 했지만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다. 내가 나이가 적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애를 못 했다는 게 창피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는 나를 다독여 주셨지만 사실 부끄러운 마음은 쉽게 가시지는 않았다.
연애는 정말 어렵다. 나는 사람과 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성과의 관계 맺기는 더더욱 어렵다. 사실 다음 상담에서 이 이야기를 더 깊게 해야 하는데 가지 않고 있다. (말이 나온 김에 예약을 해야겠다.) 이런 징크스를 가진 사람이 나 말고도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데 나만 못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