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뭐라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by 유진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십 년 가까이 걸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해왔기에 당연히 내 직업도 미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시간은 지나고 이십 대 후반이 되어서도 나는 작가로 어떠한 것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삼십 대가 된 지금 생각하기로는, ‘아 이제는 놓아주어야겠구나.’였다.

그런데 다른 것을 시작하기에는 한국에서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닌가. 그림을 빼면 난 대체 뭘까. 내 정체성은 그림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는데. 나를 작가님이라 불러주는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부끄럽기도, 절망스럽기도 하다.

시골에 다녀오는 길에 내내 차 안에서 이 생각을 했다. 나는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다. 나에게 ‘투자’를 했던 부모님은 그림으로 아무런 것도 이뤄내지 못한 날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환갑이 다 된 아버지가 새벽에 출근하시는 걸 보며 또다시 부끄러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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