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너 멋져?”
봄날의 햇살 같은 친구가 있다. 오늘은 그 친구에 대한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오늘 오전, 갑자기 연락이 왔다. 정말 몇 년 만에 대학 친구가 연락을 했다. 반갑지 않았다. 그 친구가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안부 인사 뒤에 이어질 말이 반갑지 않았다. 역시나 안부 인사와 더불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지내는지 물어왔다. 친구의 물음에 한참을 망설였다. 딱히 이렇다 할 게 없었다. 제대로 취업을 한 것도 아니었고, 무엇 하나 성과를 이룬 것도 없었다. 그나마 그럴듯해 보이는 걸로 대답을 했다. 대학원 준비를 한다고. 사실 대학원 준비라기 보단 소설 준비가 맞는 말일 테지만 그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 마음 깊숙이 나는, 나를 못 믿고 있었나 보다. 올해 안에 글은 완성할지, 정말 그렇게 노래 부르던 대로 책을 하나 쓸 수는 있을지. 남들에겐 이리저리 떠벌리고 다짐하면서도 나는 사실 내가 못 미더웠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절친에게 실시간으로 전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나만 너 멋져?”
친구는 내가 멋진 이유와 남들에게 당당해질 이유를 설명했다. 생소하지 않은 설명이었다. 어쩌면 이 말이 듣고 싶어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나는 요즘 매일 연락한다. 14살 때 처음 만난 후로 쭉 단짝인 그녀와 매년 빠짐없이 만났지만 매일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매일 카톡을 했다. 올해는 유난히 그 친구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어쩌면 내겐 애초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감과는 별개로 자존감에선 늘 바닥을 보였다. 그런데 다행인 건, 아니 행운인 건, 자존감이 없는 대신 내겐 그녀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내 자존감이었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지치지 않고 내 자존감을 올려줬다. 매번 같은 소리를 해대는 나에게 늘 다른 말로 그러나 같은 의미로 칭찬을 해준다. 티끌 같은 재능과 모서리 진 성격은 햇살 같은 그녀의 말을 통해 반짝 빛나는 무엇으로 변하게 된다. 그녀는 늘 내가 쓴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고, 끊임없이 칭찬을 해준다. 팍팍한 내 성격에 낭만적이 무엇이 있다면 그건 거의 다 그녀에게서 배운 것이다.
나도 모르는 장점과 내가 가진 소중한 무언가를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지치지 않고 칭찬해 주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진심이어서, 나도 어느새 나를 좋아하게 됐다. 그녀를 보고 알았다. 정말 예쁜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까지도 예쁘게 만들어주는구나.
위로의 글을 쓰고 싶은 날이면, 어딘가 낭만적인 문장을 쓰고 싶은 날이면 그녀를 떠올린다. 그녀에 대한 글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내겐 그 마음을 아름답게 포장할 솜씨가 아직은 없어서 언젠가로 미뤄둔다. 언젠가 그녀에 대한 글을 왕창 쓰고 싶다. 그런데 이걸 읽는 그녀는 말하겠지.
“야 뭘 준비해서 써. 그냥 지금 써! 나만 니 글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