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

by 비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강박증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자 권준수 교수의 <나는 왜 나를 피곤하게 하는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피로가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감상적인 위로 따위는 집어치우자. 권준수 교수가 말하는 피로는 우리의 의지박약이 아니라 뇌의 회로가 꼬여 발생하는 명백한 생물학적 오류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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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피로의 정체는 생물학적 오류



저자는 강박증이라는 증상을 중심축으로, 우리 내면에서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생각의 루프가 어떤 기괴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어.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위험을 탐색하도록 설계된 기계지. 그런데 이 경보 장치가 과하게 작동할 때, 뇌는 주인을 보호하는 대신 스스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편집광으로 돌변해. 완벽주의라는 감옥은 바로 이 뇌의 과잉 방어 기제가 만들어낸 부산물이야.



뇌가 일으키는 강박이라는 딸꾹질



가장 흥미로운 건 강박 증상을 뇌의 딸꾹질이라고 표현한 점이야. 딸꾹질할 때를 생각해 보자. 횡격막이 의지와 상관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숨을 들이마시게 만드는 그 리듬, 멈추고 싶어도 마음대로 안 되잖아.


강박 증상도 정확히 그거야. 뇌의 특정 회로가 잘못된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면서 멈추고 싶은 생각을 강제로 출력하는 거지. 이건 네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야. 그냥 뇌라는 정교한 장치에서 발생한 사소한 기계적 결함일 뿐이지. 딸꾹질을 한다고 네 몸을 탓하지 않듯, 강박적인 생각이 든다고 너라는 사람을 탓할 필요는 전혀 없어.



쉬어도 쉬지 않는 24시간 노동자, DMN



우리가 소파에 누워 있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 이유, 바로 뇌과학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때문이야. 뇌는 결코 쉬지 않아. 우리가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뇌 속의 DMN은 마치 쉼 없는 공장처럼 가동되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며, 끊임없이 나라는 서사를 구성하고 편집하는 고강도 노동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니까. 결국 네 피로는 게으름의 증거가 아니라, 뇌가 너무 부지런히 너 자신을 검열하고 있다는 신호야.



우아한 휴식을 위한 처방전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의지력으로 버티는 노력이 아니야. 뇌가 스스로를 정의하고 서술하는 작업을 잠시 멈추는 것, 그 수다스러운 편집 기계의 전원을 잠시 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뇌가 허락하는 진짜 휴식이야.


당신을 괴롭히던 그 소리들은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저 뇌가 만들어낸 딸꾹질 같은 신호일 뿐이라는 사실. 그것만 깨달아도 이미 자유로워질 준비는 끝난 거야. 너무 애쓰지 마. 가끔은 그저 멍하니 존재만 하는 것, 그게 바로 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선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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