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의 머리카락
한때 자살 충동을 많이 느꼈다.
찻길로 뛰어드려는 나를 통제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다. 그렇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살고 싶었다.
나한테 주어진 숨은 다 쉬고 죽고 싶었다.
이제는 많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가끔 삶이 고단해질 때 어차피 인생은 고행이라는 생각에 죽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아니 그 어린 시절 이후로는 죽음이 오히려 가장 친한 친구 같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를 때면 그 생각에 반기를 드는 생각도 든다.
이 머리카락은 3일 치를 모아 둔 거다.
일부러 모아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많은 머리카락이 빠진다. 탈모나 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숱이 많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죽을까 살까 고민할 때 내 머리카락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새 머리카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몸은 알고 있다.
개소리 말고 살아야지.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