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교과서적일지라도. 일단은 써보는 거죠.
안녕하세요. P입니다.
오늘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내리네요. 모두 평안한 저녁을 보내고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바닥에 바로 눕게 되더라고요. 아침부터 늦잠을 자고, 침대에 물을 쏟고, 지갑을 두고 나가는 바람에 하루의 시작부터 평탄치 않아서 몸과 마음이 유난히 고된 하루였어요. 잠시 누워있다가, 이대로는 안돼!라는 생각으로 샤워를 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돌이켜보니 올해는 유난히 제가 지쳐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써 봅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먼저 가벼운 언행으로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살다 보니 때때로 누군가의 무심한 말과 무례한 행동이 제 가슴에 얹혀 체하게 되는 일이 있더라고요. 반대로 제가 너무 가볍게 던진 말들로 누군가의 기분이 찝찝해졌을지도 모르고요. 내 마음에 걸리는 말들을 쉬이 하지 말자, 내 머릿속에 필터 하나를 끼워 넣고 말을 가려하자. 되도록이면 말을 줄이자. 싶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이기도 한데요. 타인이나 외부의 자극에 쉽게 주저앉거나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미어캣 타입이라 주변을 많이 살피기도 하고 타인이 제게 한 말을 곱씹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게 결국은 제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일이더라고요. 이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누군가 제 발을 밟거나, 어깨를 밀치 거나해도 '그럴 수 있지, 무슨 사정이 있겠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상에 살면서 안되는 것 또는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면 피곤해지는 것 같아요. 이것은 만만하게 보이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외부자극에도 그저 평정심을 가질 수 있는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저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교과서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요. 제가 정한 규칙을 잘 수행해 내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인간의 자존감은 거기서부터 차곡차곡 채워지는 것 같아서요. 주변에 한 친구가 있습니다. 야근을 하거나, 비가 오거나, 몸이 쑤시거나 때로는 과음을 하고 헤어져도 다음날 아침에 운동을 꼭 가는 친구. 저는 다른 것들보다 이런 모습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나를 존중하고 나를 사랑할 줄 아는 거요.
또 누군가 쓸쓸해하거나 외로울 때 다정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외롭죠. 그런데 타인에게서, 또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그런 모습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러면 마음은 안타까워도 입 밖으로 또는 행동으로 토닥토닥해주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혹시 오지랖 아닐까?' 또는 '너무 친한척하는 걸로 보일까?' 저는 미어캣답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16년도부터 블로그 글을 쓰고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는 블로그라기보다는 개인 일상을 소소하게 올리는 개인 기록용으로 쓰고 있는데요. 댓글을 달아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한 분이 저에게 직접 뜨신 목도리를 선물로 보내주셨어요. 생각해 보면 별로 가까운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손수 뜨신 목도리에 라벨까지 직접 달고, 손편지까지 적어 보내주셨는데요. 당시에 제가 회사 생활이 힘들어 이런저런 넋두리를 블로그에 많이 올렸었거든요. 그걸 보시곤 응원한다고 편지를 보내주신 거예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작정 다정한 사람 말고 다정함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이요.
그리고 건강한 사람. 건강한 루틴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30대가 되니 조금만 놀아도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걸리고, 조금만 잘못자도 목이 안 돌아가요. 확실히 체력이 떨어진 게 느껴지는데요.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같은 시간에 자는 루틴을 만들어서 규칙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에 부단히 노력 중이에요.
마지막으로 클래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요. 음악의 한 장르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요. 어떤 물건에는 역사가 있다고 하잖아요. 내가 오래 입은 옷, 내가 오래 쓴 펜, 청바지 물이 다 들도록 옆으로 메고 다닌 가방, 모서리가 다 해진 베개 커버, 이제는 쓸 수 없게 된 예전 핸드폰 -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것들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요. 매번 새로운 걸로 인생을 채우기보다는 오래된 것을 가꾸고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살다 보면 그렇게 된다라는 말이 있어요. 지금의 나와는 너무 다른 내용들을 늘어놓은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척 살다 보면 어느새 그게 내가 되어있을지도 몰라요. 작심삼일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요가를 하고 자야겠습니다. 내리는 빗소리 들으면서 요가하고, 바르게 누워 자야겠어요. 물론 휴대폰은 침실에서 멀리 떨어뜨려놓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