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예약 없이는 곤란해요.
그녀는 좋은 밤을 보내본 적이 있었을까? 새삼 그녀에게 가장 근사한 밤은 언제였을지, 아니 애초에 있었던 적은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녀에겐 시간이, 돈이, 삶이 언제나 부족했다. 세상 모든 만물이 그녀 앞에서는 늘 가난을 떨었다. 그래서 그녀는 종종거리는 마음, 턱없이 모자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것이다. 좋은 밤이란 무엇이고, 확실한 예약이란 또 무엇인지 알 길 없는 삶. 그런 단어들이 품은 안정과 편안함을 그녀가 끝내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두텁게 아려왔다.
인생의 진리처럼 들리는 그 말을 그녀는 어떻게 해석했을까. 평소처럼 “그렇긴 해”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지, 아니면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을지 나는 알 수 없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제삼자의 눈으로 본 그녀는 되는대로 살아온 듯했다. 예약은커녕, 하루가 멀다 하고 일상을 들쑤시는 사건들에 무방비로 맞서며, 그대로 얻어맞듯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밤이란 애초에 예약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치밀한 준비 끝에 찾아오는 순간이 아니라, 불쑥 다가와 마음을 껴안는 시간이야말로 오래도록 남는 게 아닐까. 그녀는 늘 준비되지 않은 채로, 늘 부족한 채로 살아왔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선물 같은 밤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조건 없이 건네받은 웃음, 스쳐 지나간 사소한 기쁨, 그리고 모든 근심을 잠시 잊고 깊이 잠든 순간들. 나는 그런 밤이 그녀에게도 있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좋은 밤을 보내려면 확실한 예약이 필요하다”는 말은 인생의 진리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한 농담 같은 주문일지도 모른다. 삶은 언제나 예고 없이 흔들리고, 우리는 늘 무방비한 채 맞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밤은 여전히 우리 곁에 온다. 계획대로가 아니어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나는 문득 그녀가 어쩌면 나보다 더 많은 좋은 밤을 보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흔들리며 버텨낸 날들 사이에서, 누구보다 깊고 단단하게 자신만의 밤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면 오늘의 나 역시 예약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밤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으며, 나는 이 밤을 조심스레 끌어안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