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19살 때 서울생활을 시작한 나는 지하철과 버스로 교통의 자유를 만끽했다.
엄마 아빠가 살고 있는 고향 포항으로 갈 때는 비행기를 자주 이용했기에,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가곤 했다.
그 시절에는 KTX가 없었기에 새마을호를 타고 포항으로 가면 5시간 30분이 걸렸고, 버스를 타면 5시간 20분이 걸렸다.
그랬기에 50분이면 날아가는 비행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포항에 와서는 엄마나 아빠의 차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물론 내가 운전하지는 않기에 더욱 편안했다. 내 생활권에는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내가 단번에 운전면허를 따게 된 계기가 있었다.
내 자존심을 슬슬 건드린 큰 아버지와의 대화였다.
22살, 23살 즈음 설인지 추석인지 기억나지 않는 명절이다.
큰아버지댁인 부산에 온 식구가 모였다.
대학생이 된 성인이 된 나에게 택시기사로 일하시는 큰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성은이 니는 운전 못하나?"
"응. 난 운전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지하철 타고 다니고 버스 타고 서울은 교통이 다 잘 되어있다."
"그면 니는 평생 지하철, 버스만 타고 댕기게?"
"뭐, 그건 아니지만 지금은 필요 없는데?"
"대학생 돼도 운전면허도 없고, 어이구, 이런 날 네가 운전할 줄 알면 엄마 아빠는 얼마나 편하겠노?"
나는 그 "어이구" 혀를 차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었다.
내가 못 따서 운전을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바로 실천해 버리는 내 성격에 맞게 바로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하고 면허증을 따게 되었다.
면허를 따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특히 소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지하철도 없고 버스만 있는 작은 도시에 사는 내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가 생겨버린 것이다.
엄마에게 태워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내 스케줄을 열거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운전이 이렇게 편하고 좋은 거였어? 큰아빠 아니었음 몰랐겠네?'
그래서 그다음 명절에는 내가 당당히 운전해서 큰집에 간 기억이 난다.
운전면허를 따고 시작된 차에 대한 관심으로 나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도시에서 젊은 사람이 처음 보는 차를 타고 다녀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스펙트라 중고차로 여기저기 쿵, 쾅 열 번은 넘는 상처를 남겼다.
특히 주차할 때 많이 실수를 했었다. 분명히 괜찮은 거 같은데 공간지각 능력이 부족한 나이기에
그 시절에는 내 차에는 후방감지 센서는 없었다. 내 감에 의지하여 모든 판단하에 운전대와 액셀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했다.
그러다 그 차는 엔진의 이상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후에 삼성에서 나온 SM5를 타게 되었다.
스펙트라에서 SM5로 바뀌니 차가 얼마나 커진 느낌인지. 세상이 내 것이 된 느낌과 함께 기름을 아주 콸콸 먹는 그 차를 가지고 전국을 누볐다.
그 차를 타고 서울 경기지역 수업도 다니고 주말에는 포항에 오고 열심히 운전을 하고 다녔다.
서울생활에서도 더 이상 지하철을 타지 않았지만, 주차비와 기름값으로 내가 열심히 번 돈이 쉽게 사라지는 걸 경험하게 되었다.
서울생활을 아주 정리하고 포항으로 내려오기 직전에 '구경이나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한 매장에 들려보았다.
바로 MINI 매장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실제로 구경하고 앉아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냥 "이건 나를 위한 차구나"
내가 이걸 사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를 강하게 느끼며 계약서에 사인을 해버렸다.
그렇게 외제차와의 첫 만남을 이루었다.
그 차를 포항에 가지고 오니 모든 시선이 부담스럽게 나를 응시했다.
특히나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내가 밤 10시에 퇴근하고 와도 내 주차자리라며 슬며시 주차금지판을 치워주셨다.
"아가씨 이렇게 생긴 차는 내가 처음 봤어요. 이런 차는 얼마나 하는고?"
많은 사람이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지금이야 내가 사는 곳도 MINI가 흔하다. 색깔별로 만나볼 수도 있다.
그런데 12년 전 당시 내가 타던 때는 우리 도시에는 흔하지 않은 차였다.
MINI 매장이 없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내 차에 대한 역사를 말하자면 그 후로도 줄줄이 많다.
강남에 살지 않기에 포항에서 늘 오해받고 눈총을 받으면서도 여러 차를 만끽했다.
남 눈치 안 보는 마이웨이.
내 인생은 고!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타고 싶은 차를 타고 있다.
나는 늘 차를 바꿀 때가 되면,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넌 어떤 차를 타고 싶니?"
순전히 내가 마음으로 원해서 타는 차이니
착각과 오해는 말아 주세요.
실용성, 연비보다는 내 마음의 점수가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