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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빠지는 그림책의 매력

그림책테라피

by 보다

아이를 낳고 애지중지 아이를 위한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며 정신없이 지내다가 아이가 걸을 때쯤 한번 정신이 들었어요. ‘내 친구들은 다 일하러 나가는데 나는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구나.’

서로의 장단점이 있지만 내가 하지 못하는 일로 한없이 우울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그림책을 만나서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기분을 다른 엄마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든 그림책테라피 <엄마, 변하자!>였습니다.

이제 쌍둥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시간이 생긴 엄마, 아이들이 다 커서 책 읽기에 빠지신 어머님, 그림책이라는 생소함에 궁금해서 오신 엄마, 그림책 모임을 좋아하는 엄마까지 5명이 모여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일 첫 시간은 가볍게 서로를 알아가고 나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으로 그림책 김희경 님의 <나는요>, 피터 레이놀즈의 <너에게만 알려줄게>을 함께 읽고 제가 만든 질문지를 통해 생각하고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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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내가 가장 완벽했다고 느끼는 하루, 나는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 등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물씬 느껴지는 대답들이 나오는 질문들을 통해 잊고 있던 나를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거울 보며 카드에 내 얼굴을 그려보는 활동을 했는데요. ‘그림 못 그리는데’ 하면서 쭈뼛거렸지만, 거울을 오랫동안 본 적이 없다면서 어색한 눈과 입으로 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내 얼굴을 완성해내는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어요.


나를 알아보는 질문을 통해 작성하고 한 분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동안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감정이 나와 눈물부터 쏟는 분도 계셨어요. ‘서로 응원해주세요. 토닥여주세요’라고 안내하지 않아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위로와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아줌마들의 수다 시간이 아니라 잠자고 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을 깨뜨리고 새로운 새싹을 틔우는 시간이 되었다며 감사해주시고 웃음을 띄워주는 모습에 그 시간을 마련만 한 저도 같이 행복해졌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첫 만남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림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렇게 엄마의 모임에서 그림책을 읽고 가면 그날뿐만 아니라 그 주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을 가지신대요. 그림책을 읽고 나눈 시간의 감동을 아이와도 나누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해 계속 그림책 모임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첫날 그림책 모임에선 나를 아는 시간을 보냈다면 두 번째는 나의 꿈이 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고 지난 시간에 싹이 난 곳에 동기부여라는 거름을 팍팍 뿌려주었어요. 엄마로서 잘하고 싶으신 분도 있고, 다시 복직하고 싶으신 분도 있고 새로운 것 배워보고 싶으신 분도 계셨어요.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실습을 앞두신 분까지 너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분들인데 돈을 벌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우리의 엄마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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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각인이 돼서 ’진짜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하겠죠. 그렇게 한 단계씩 내딛다 보면 구체적인 목표가 생길 거예요. 제가 주체한 그림책 모임에서 엄마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다는 고정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지금은 성인들도 읽는 시대거든요.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그림책을 읽어주는지 궁금해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초등 고학년이어도 아이가 ‘엄마 그림책 읽어주세요’ 한다면 걱정하지 말고 읽어주시라고 안내해드려요.


오히려 사춘기라 엄마와 말을 안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림책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가까워진다면 너무 감사 한 일 아닐까요? 저의 꿈 중의 하나가 아이가 커서도 저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거예요. 그때는 각자 읽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저의 바람이랍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읽다가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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