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다 Mar 22. 2024

어른도 빠지는 그림책의 매력

그림책테라피

아이를 낳고 애지중지 아이를 위한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며 정신없이 지내다가 아이가 걸을 때쯤 한번 정신이 들었어요. ‘내 친구들은 다 일하러 나가는데 나는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구나.’ 

서로의 장단점이 있지만 내가 하지 못하는 일로 한없이 우울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그림책을 만나서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기분을 다른 엄마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든 그림책테라피 <엄마, 변하자!>였습니다. 

이제 쌍둥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시간이 생긴 엄마, 아이들이 다 커서 책 읽기에 빠지신 어머님, 그림책이라는 생소함에 궁금해서 오신 엄마, 그림책 모임을 좋아하는 엄마까지 5명이 모여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일 첫 시간은 가볍게 서로를 알아가고 나를 알아가기 위한 시간으로 그림책 김희경 님의 <나는요>, 피터 레이놀즈의 <너에게만 알려줄게>을 함께 읽고 제가 만든 질문지를 통해 생각하고 같이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질문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내가 가장 완벽했다고 느끼는 하루, 나는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 등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물씬 느껴지는 대답들이 나오는 질문들을 통해 잊고 있던 나를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거울 보며 카드에 내 얼굴을 그려보는 활동을 했는데요. ‘그림 못 그리는데’ 하면서 쭈뼛거렸지만, 거울을 오랫동안 본 적이 없다면서 어색한 눈과 입으로 나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웃음을 잃지 않고 내 얼굴을 완성해내는 모습들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었어요.


나를 알아보는 질문을 통해 작성하고 한 분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동안 자신도 알지 못했던 감정이 나와 눈물부터 쏟는 분도 계셨어요. ‘서로 응원해주세요. 토닥여주세요’라고 안내하지 않아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위로와 공감을 해주었습니다. 


아줌마들의 수다 시간이 아니라 잠자고 있던 나의 어두운 마음을 깨뜨리고 새로운 새싹을 틔우는 시간이 되었다며 감사해주시고 웃음을 띄워주는 모습에 그 시간을 마련만 한 저도 같이 행복해졌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첫 만남부터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림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었어요. 


이렇게 엄마의 모임에서 그림책을 읽고 가면 그날뿐만 아니라 그 주에는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는 시간을 가지신대요.  그림책을 읽고 나눈 시간의 감동을 아이와도 나누고 싶으셨던 거예요.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해 계속 그림책 모임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첫날 그림책 모임에선 나를 아는 시간을 보냈다면 두 번째는 나의 꿈이 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내가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고 지난 시간에 싹이 난 곳에 동기부여라는 거름을 팍팍 뿌려주었어요. 엄마로서 잘하고 싶으신 분도 있고, 다시 복직하고 싶으신 분도 있고 새로운 것 배워보고 싶으신 분도 계셨어요.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실습을 앞두신 분까지 너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분들인데 돈을 벌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우리의 엄마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각인이 돼서 ’진짜 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잖아요.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하겠죠. 그렇게 한 단계씩 내딛다 보면 구체적인 목표가 생길 거예요. 제가 주체한 그림책 모임에서 엄마들의 발전된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다는 고정관념은 사라진 지 오래예요. 지금은 성인들도 읽는 시대거든요.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그림책을 읽어주는지 궁금해하는 엄마들도 많은데 초등 고학년이어도 아이가 ‘엄마 그림책 읽어주세요’ 한다면 걱정하지 말고 읽어주시라고 안내해드려요. 


오히려 사춘기라 엄마와 말을 안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림책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가까워진다면 너무 감사 한 일 아닐까요? 저의 꿈 중의 하나가 아이가 커서도 저와 함께 그림책을 읽는 거예요. 그때는 각자 읽더라도 같은 책을 읽고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저의 바람이랍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읽다가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요.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배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