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동안에 주로 읽은 책들은 심리학, 철학, 자기 개발서, 시집 등이다. 그중에서도 소위 꽂혀서 파고든 책은 심리학과 철학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내 주변 인물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알아야만 했다. 그 지옥 같은 상황들을 벗어나기 위해서, 또 숨 좀 쉬고 살고 싶어서.
작년 하반기에 구입한 심리학 관련 서적은 아래와 같다.
<인지 심리학은 처음이지?>, 김경일. 김태훈. 이윤형 지음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바바라 포어자머 지음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지음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강현식(누다심)
위의 세 권은 진도가 빨리빨리 나가서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설득의 심리학>은 본문만 582쪽이라 1/3만 겨우 읽다 말았다. 이 책과 함께 내 책상의 스탠드 받침대로 쓰이고 있는 책이 한 권 더 있으니,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이 그것이다. 본문만 668쪽이지만, 나 스스로 대견하게도 2/3까지 읽고서 방치하고 있다.
나는 ‘잊혀지지 않는 나쁜 기억을 어떻게 하면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를 구입하게 되었다.
공포, 증오, 슬픔 등과 같은 강렬한 감정과 함께 경험한 기억은 우리의 장기기억 보관소에 “영원히” 선명하게 남게 된다고 한다.
또한,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고통스러운 감정을 반복해서 느끼게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타고 들어가 나쁜 기억은 더 선명해진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죽을 때까지 그 고통을 반복해서 느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용서”를 통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떠나보냄으로써 그 기억도 떠나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참 허탈했다. "용서"라니.. 피해자는 언제나 그 기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몸부림을 치는데, 가해자는 벌도 받지 않고,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약이 오른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죽을 때까지 피해자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이해하려 하지 말자.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천성은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용서"는 도 닦은 사람들이나 가능할 것 같다.
그냥 다른 즐거움으로 그 기억을 덮어 버리자. 그리고 기억의 선명도를 희석시키자. 그러다가 문득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장기기억이 떠오를 때는 나를 위해 조금만 슬퍼하자.
이게 나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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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누다심,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심리상담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