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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28. 2024

신변잡기


방과후 강사는 학교마다 책정된 강사비에 수강 인원을 곱하여 한 달 급여를 받게 된다. 학생들과도 즐겁게 수업했었고, 내 수업에 대한 학부모님들 피드백도 좋았었다. 그런데 연말로 갈수록 인원수가 줄었고, 올해는 인기 있는 요리수업이나 음악 줄넘기와 요일이 겹치게 되니 내 과목은 수강 접수자가 반토막이 나게 되었다. 이런 경향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알고 지내는 학교 영어 강사들도 마찬가지다.

봉사하는 마음이 없었으면 진작에 그만뒀을 일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들이는 공과 열정에 비해 물질적인 보상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제 그만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남편이 내가 일을 하니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걸 심하게 느꼈기에

뭐라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는 주 3회 라운딩 나가느라 바쁘면서, 내가 노는 꼴은 못 보겠다는 심산인 거다. 이런 게 27년을 같이 산 부부의 관계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힐러 언니한테 전화를 했었다.

언니의 대답은 “남자들 다 그런다. 나이 들수록 부인이 밖에서 돈 벌어 오는 거 좋아한다.”

‘켁~나 또 나만의 판타지 세계에서 살았던 거냐..’


 

그래서 시누와 시누 남편이 하는 회사에 살짝 취업 문의도 해봤었다. 이미 일 년 전에 내 손윗동서를 직원으로 채용해서 그랬는지 나에게는 거절의 답신이 왔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말이다. 어렵다는데 집 인테리어를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 하는 걸 보고는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시누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친정 쪽 사람을 둘씩이나 회사에 들이는 게 시누 남편한테 눈치가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근래에 우연히 방과후 업체와 연결이 되어서 새로운 학교 두군 데에 더 나가게 되었다. 업체 소속인 코디네이터 선생님이 계셔서 도움도 받고 개인 잡무도 조금은 줄은 느낌이다. 업무가 원활하고 신속하게 돌아간다.

그제 수요일에는 공개수업 때 한국어로 수업했다고 민원을 제기해서 강사가 해고당하게 만든 학교에서 공개수업이 있었다.

A반부터 C반 까지 반이 나뉘어져 있는데, A반 학부모님들로 뒷자리 한 줄이 메꿔졌다. 평소 하던 대로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그날따라 아이들 수업 태도가 좋았다. 마지막 오분은 파닉스송을 영상을 보며 따라 부르게 했었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 안을 꽉 채웠고, 교실 밖으로도 울려 퍼져 나갔다. 업체 대표님이 교실 뒤쪽에 들어오셔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는 순간을 언뜻 포착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어머님 한 분이 앞으로 오셔서 '감사하다고, 고생하신다고' 인사를 하고 가셨다.

퇴근 후 저녁 때는 실무 담당 이사님이 '열정적으로 수업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톡이 왔다.


나 이제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수업해 왔었는데, 알아주는 이도 없는 것 같았고, 수입도 적어서 속상했었는데.. 이런 피드백을 받으니 조금 더 버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질적인 피드백은 3분기가 되면 받게 될 것이다.


포기하려는 순간에 흐름이 바뀌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타로 유튜브를 몇 개 봤더니, 내 카드가 이런 상황들을 설명을 하고 있다. 이제 곧 보상이 따라올 거라는 리딩과 함께.


신비한 타로의 세계.

신기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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