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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25. 2024

오래된 상처에 잡아 먹히지 않길..


어두운 방에 작은 스탠드 불 두 개를 밝혀 놨다. 그리 낡지도 않았는데, 선풍기의 불규칙한 회전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같이 실려 들어온다.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오히려 그 기억은 더 또렷해지는 일들이 있다. 자동사고로 강화된 기억은 어떤 미화도 덧칠 되어지지 않는다.

한 사람에게서 받은 깊은 상처에 또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겹겹이 더해져 있다. 그 상처들은 서로 차원이 다른 내 머릿속 공간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잊을만하면 불쑥불쑥 <불안감>이라는 이름으로 내 의식 위로 떠오른다. 심장이 쫄깃 쪼그라들면서 어느새 밭은 숨을 내쉬게 된다. 이럴 때 독주 한잔 마셔주면 온몸의 긴장이 풀릴 것 같은데, 독주도 없고 마실 줄도 모른다.


그런 상처들은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누구와도 나눠 가질 수 없기에, 현실 세계로 그 대가리가 올라오려 할 때는 다시 무의식의 세계로 돌아가라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라고 두 발로 꾹꾹 눌러줘야만 한다.

'나는 지금 살만 하다고!'라고 혼자서 외치기라도 해야 할까?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나를 잡아먹으려고 할 때, 나는 도망치지 못하고 그 느낌을 오롯이 느끼게 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새로운 기억이 필요하다!’

열정과 행복감으로 뒤범벅이 된 기억으로 의식의 세계를 가득 채워야 한다. 그러면 그것들이 다시 떠오르지 못할 것 같다.

이게 상처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내린 나 자신에 대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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