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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l 02. 2024

우리 세 가족


딸아이가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집에 와 있다. 그런데 서로 얼굴 보고 마주 앉아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하다. 주중에 삼일은 교수님 도와드리는 알바 하러 숙소에 가 있고, 하루는 강남으로 초콜릿 공예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 금,토,일 중 이틀은 양고기집 알바를 다니고, 틈틈이 데이트를 하고 동네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을 만나러 다닌다. 치과 등 일반 병원 정기 검진도 알아서 예약해서 진료를 받으러 다니고, 대학병원 진료는 남편이나 나와 함께 다니고 있다. 그나마 내가 병원에 데리고 가는 날에 단둘이서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숙소로 향하고 있다. 저 아이가 아픈 아이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하루하루를 에너지 넘치게 살고 있다. 어제도 초콜릿 공예 수업을 마치고 저녁도 못 먹고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에 늘어져 있던 남편과 침대에 널브러져 있던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고기를 굽고, 남편은 국을 덥히고 식탁에 아이가 먹을 반찬을 쫙 깔아놨다. 이럴 때는 굳이 서로 말을 안 해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아이를 챙기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서운함이나 마음에 안 들었던 모습들이 다 녹아 없어진다.

'너가 우리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 특히 아이의 아빠라는 자리를 지켜줘서 고맙고 든든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남은 인생을 이 인간하고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내 마음을 붙들어 맨 생각은 남편이 아이의 "생부"라는 사실과 내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기 목숨 걸고 지켜낼 유일한 사람일 거라는 것이었다.


어려웠던 시기를 잘 버티고 성장한 딸아이도 기특하고, 엄마, 아빠의 자리만은 버리지 않았던 우리 둘도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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