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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Aug 06. 2024

애견 호텔


이번에 휴가를 가면서 늘 그래왔듯이 별이를 시누네 맡기려고 했었다. 시누는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시누 남편이 질색을 하기에, 한 번 아기 강아지를 키워보겠다고 집에 들였다가 난리가 나서 다시 데려온 곳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별이 간식을 싸서 당일치기로 별이를 시누집에 보내면 예쁘다고 그 간식을 다 먹여서 배가 빵빵해져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여행 가기 사흘 전에야 별이를 맡겨야 된다는 생각이 났다. 남편이 전화해 보니 시누도 회사 일정이 바빠서 안 되고, 시부모님도 일본 이모님 댁에 가셔서 집에 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집에서 그나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애견 호텔?을 검색해서 예약해 놨다고, 여행 가기 전날 나보고 별이를 거기에 데려다주라고 했다.


별이와 별이 방석, 사료와 간식을 싸서 집에서부터 한 십오 분 거리에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3층 건물의 꼭대기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한 손에는 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별이 짐을 들고 낑낑대고 3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니 갑자기 온갖 개 짖는 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주인이 문을 열어주어 들어가 보니 현관 중간에 설치한 바에 십여 마리의 개들이 바짝 붙어서 컹컹 짖고 있었다. 그리고 씻지 않은 개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그렇지 않아도 겁이 많은 애인데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싶었다.

애견 호텔.. 이라기보다는 애견 여인숙 분위기였다. 어쩐지 가격이 싸더라니..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별이를 맡기고 뒤돌아 나왔다.

그리고 여행을 갔다.


그곳 주인은 하루에 네다섯 번씩 별이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주면서 별이 상태를 얘기해 줬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에는 그 좋아하는 고구마도 안 먹고 사료도 안 먹는다는 톡이 왔다. 그리고 사료 그릇의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는 별이의 동영상도 같이 왔다.

다른 강아지들이 놀자고 다가와도 피하고 또 피해서 구석으로 도망만 가는 영상도 왔다. 아마 첫날은 신경쇠약으로 잠도 못 잤을 것이다.

그래도 하루 이틀 지나면서 사료도 먹기 시작하고, 간식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피곤한데 별이 목욕은 어떻게 시키나 했었는데, 픽업하러 한 시간 후에 간다고 했더니 만오천 원에 목욕서비스를 해준다고 했다. 할렐루야~~


별이를 차에 태우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를 계속 냈다. 목에서부터 나오는 쇳소리가 낑낑대는 소리와 합쳐져서 서러워서 우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쩌면 자기가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집에 들어와서는 쇳소리는 멈췄는데, 분리불안 증세처럼 남편 품에서 떨어지질 않으려고 했다. 다음날까지도 남편한테서 떨어지질 못하더니, 꼬박 하루가 지나니 안정을 찾은 듯이 보였다.

평소 나를 자기 아래라고 생각하는 별이가 내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새벽에 내 방에 들어와서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짖지도 않고 방에서 나가면서 나를 몇 번이나 뒤돌아 봤다. 밥 달라고 짖고 싶은데 참고 나가는 모습이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다음번 여행 갈 때는 별이가 안면이 있는 집에 꼭 맡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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