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Aug 14. 2024

방학이 끝나간다



방학 동안에는 오전 9:30에 수업이 시작된다. 출근길 교통 정체를 뚫고 사십 분 또는 그 이상을 달려 세 타임씩 수업을 하고 오면 지금 이 시간에는 눈이 감긴다.

돌아오는 길 차 안 온도는 에어컨을 아무리 강하게 틀어놔도 어느 선 이하로는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운전할 때 더 멍해진다. 차 안은 시원한데 밖의 더위가 느껴져서 몸이 축축 쳐진다.


오늘은 유난히 저학년들 결석이 많았다. 여름 막바지에 짧은 여행이나 긴 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많았다. 숫자가 적으니 상대적으로 통제할 아이들이 적어서 수업이 수월했다. 이런 내 마음이 너무 티가 났는지, 야무지게 생긴 일학년 여학생이 "선생님, 왜 이렇게 행복해 보이세요?" 하면서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내 팔을 쓰다듬었다. 0.1초 당황했지만 나는 “방학이잖아”라고 둘러대며 웃었다.

1, 2학년들은 어느 학교나 에너지가 넘쳐난다. 숫자도 많아서 제일 힘이 드는 반이다. 이런 아이들이 3, 4학년만 돼도 한 두 명 빼놓고는 점잖아진다. 그들의 그 많던 에너지는 학습하는데 빼앗기게 되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우리 집에 있는 “먹고 대학생”-예전에 어른들이 쓰던 말이다-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방학이 끝난다. 세 명이 한 가족 완전체로 지내면서 휴가 이외에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다. 이 아무 일 없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를 옆에 끼고 있으니 느껴지는 안정감이기도 했다.


사계절을 암막 커튼으로 꽁꽁 싸메놨던 내 방이었는데, 요 근래에는 어두운 게 싫어져서 해 뜰 무렵부터 커튼을 열어젖히고 바깥의 빛이 들어오게 하고 있다. 새벽부터 한 시간 동안 틀어놓는 음악도 느리고 어두운 곡보다는 조금은 템포가 빠르고 밝은 곡을 선택하고 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냥 내 마음이 그런 곡이 듣고 싶어진 것이다.


새로운 일상으로 가는 느린 변화가 반갑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의 끝자락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