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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예쁘신 집주인분께

by hotlionheart


처음 딸아이 숙소를 보러 가서 뵙게 되었을 때, 다른 집도 더 보라고 권해주시고, 계약에 관해서도 깐깐하게 말씀하시는 모습에 여기로 꼭 숙소를 정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잘은 몰랐지만 이분이라면 왠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수한 아이의 상황을 말씀드리면서 응급상황이 생길 시에 주인분께 연락을 드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흔쾌히 아이를 받아 주셔서 한결 마음이 놓였었습니다.


한밤중부터 새벽까지 핸드폰 통화중 신호음으로 아이와 연락이 안 되었던 날에도 이른 아침에 저희 전화를 받으시고는 아이가 잘 있는지 직접 확인해 주셔서, 밤새 조마조마했던 저희 부부는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애 아빠가 명절 과일을 좀 챙겨드렸더니 너무 과하다고 조금 불편해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베풀어주신 선의에 저희가 결례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손수 만드신 음식들을 종종 딸아이에게 챙겨주셨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딸아이에게 따뜻함을 나눠주셔서 제 마음도 더불어 따뜻해졌었습니다.


2년이라는 기간이 어찌 보면 짧을 수도 있지만, 아픈 아이를 먼 곳에 떨어뜨려 놓고 지냈던 저에게는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엄마인 제 대신에 아이를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빕니다. 안녕히 계세요.



일요일인 오늘 저녁때 아이를 숙소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감사한 집주인분이 생각나서 미리 편지를 써봤습니다. 이제 12월이면 딸아이는 숙소에서 짐을 빼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육십 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집주인아주머니는 소녀처럼 머리도 양갈래로 땋고 다니기도 하시고, 작은 정원에 꽃도 예쁘게 잘 꾸며놓으십니다.


4층짜리 건물 안도 단정하고 아기자기하고요. 내외분의 부지런한 손길로 건물 안팎이 깔끔하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안 화이트보드에 쓰인 메세지들을 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납니다. 가끔 음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무료 나눔도 하셨다고 하네요.

이렇게 좋은 분들과 인연이 닿아 아이를 맡길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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