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에서 일주일 동안 유튜브에 빠져 있었다. 유명한 정리 정돈가 분의 영상을 한 편 보자 그 이후에 알고리즘이 이와 관련된 영상을 쭉쭉 올려줬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 영상들 까지 보게 되었다. 물건이 비워지고 말끔히 정리가 된 집들을 보니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눈도 편해졌다.
고개들 들어 내 방을 보게 되었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쌓아 올려진 책들과 해 묵은 노트 뭉텅이들과 병원 서류들, 그리고 집에서 입는 옷을 수납한 작은 책장이 보였다. 방이 이 모양이라서 그리 잡생각이 많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가지들은 옷방 서랍장으로 보내고 책장은 본래의 목적에 맞게 책들을 꽂아줬다. 해진 노트들에는 근 3, 4년간에 책을 읽으면서 필기한 내용들, 영어와 커피 공부, 사주풀이, 투자 공부 등등 내 나름의 역사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 노트들을 보니 못지않게 힘들었던 시기가 생각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버려야겠다!' 다짐을 하고 재활용 봉투에 그것들을 던져 넣었다.
책상 위의 자질구래한 문구 용품들은 폴딩 바구니에 정리를 했다.
내 방만 치우는데도 쓰레기 봉투 20리터 두 봉지가 나왔다. 그동안 나는 쓰레기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나 보다.
정리된 방 안을 둘러보니 속이 시원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곳만 정해서 정리를 하기로 했다.
하루는 주방 싱크대 수납장 한 곳, 하루는 주방 삼단 트롤리, 하루는 커피를 내리는 에스프레쏘 머신이 있는 커피 테이블 수납장 등등.
커피 테이블 수납장 안에는 먹다 남은 원두 봉지들과 함께 보드카, 럼, 코코넛 워터, 각종 시럽들이 나왔다. 한때 에스프레쏘를 넣은 리커(liquor)를 만드는 데 푹 빠져 있었던 때가 기억이 났다.
'하하..아 그런 적도 있었지' 술과 시럽을 개수대에 버리고 빈 병들은 재활용 봉투에 넣었다. 오래된 원두들도 쓰레기 봉투에 넣어줬다. 수납장 뒤쪽에서 커핑 볼(cupping bowl) 여러 개가 나왔다. 여기 있는 줄도 모르고 갯수가 부족하다고 커핑 볼을 더 샀었는데..하..물건이 너무 많아서 내가 갖고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옷방의 옷들도 정리하고 장롱에서 잠자고 있는 옷들도 솎아냈다. 한두 번 밖에 입지 않은 옷들도 버렸다. 이런 옷들의 특성은 주로 해외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쇼핑했는데, 막상 입어 보니 안 어울리지만 반품 비용이 비싸서 껴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감히 버리면서도 속이 쓰렸다.
'옷은 꼭 입어 보고 사자!'
'온라인으로 사더라도 반품비가 저렴한 국내 브랜드를 이용하자!'
마지막으로 정리한 곳은 내 양말 서랍장이었다. 나는 잠옷과 양말을 참 좋아해서 계절이 바뀌면 새것들을 사곤 했다. 낡은 양말들을 추려내고 집에 있던 수납 바구니를 이용해 계절별, 용도별로 양말과 겨울 스타킹을 정리했다. 깔끔하니 보기가 좋았는데 양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갯수를 세어봤다. 여름 덧신, 페이크 싹스, 발목 양말, 간절기 양말, 겨울 양말, 겨울 검정색 스타킹과 레깅스, 뜯지 않은 새 덧신 까지..다 세어 보니 76켤레다.
‘아..우리집에 지네가 살고 있나 보다!’
많아도 너무 많다. 여기서 속상함을 지나 눈가가 촉촉해진다. 나 정말 막 살았구나 싶었다.
생각이 연결 연결 되더니 그동안 스트레쓰 쌓인다고, 나는 이 정도는 해줘야 할 만큼 힘들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면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피부과들에 갖다 바친 돈이 생각났다. 대충 계산해 봐도.. 그다음 말은 생략하는 게 나을 정도다.
이렇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워냈더니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고, 내 소비 습관에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치울 곳과 물건들이 산더미 같이 쌓였지만 반년에서 일 년으로 계획을 세워 조금씩 치워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 까지는 못 하더라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물건들의 한계선을 정해 놓고 살아야겠다. 보상 심리로 물건을 사들이는 습관에는 확실하게 제동을 걸어야겠다. 더불어 종이 가계부도 매일 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감정과 소비 욕구를 잘 다스리며 살 수 있을 때 내 몸도 더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