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부터 출발
내가 니체의 자족을 본받자면, 무엇을 하든 그것의 시작은 책이어야 한다.
도서관에 가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여행 관련 책을 빌렸다. 그다음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역사에 관한 책을 보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철학과 문학을 읽었다.
안타깝게도 철학적 지식이 대단히 부족한 내가 단테의 신곡을 정독하는 것은 이런 여행이 아니라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해설서를 읽는 것에 그쳤다.
실제로 나는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내는 것만도 너무 힘든 일이었다. 12일간의 휴가를 가는 것은 직장 생활 만 15년 만에 처음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지금 공항에 와 있다.
단테의 신곡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까지 독파하지는 못 했지만, 아쉽게나마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서를 열심히 정독했고 스무 살에 만났던 로마와는 분명 다른 로마를 기대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로마여행이 나의 새파란 이십 대를 장식해 주었는데, 이번 로마여행은 나의 절반쯤 남은 인생을 책임져 주길 바라봐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