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도리가 뭔데!

자식 된 도리

by 코끼리 날개달기

- 도리가 뭔 줄도 모르는 양반들이 꼭 도리 따지더라고요! 도리 찾을 거면 자기 아들 도로 데려가라 그래요. 왜 본인들은 도리를 안 하면서 우리한테만 그러냐고요!



울분에 차서 봇물 쏟듯 며느리들은 할 말이 많다.



나는 도리를 다 해야 된다고 믿었을 뿐, 도리가 뭔지는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른들 말씀 잘 들으라고 하니 모든 ‘어른’의 말은 다 잘 따라야 하는 줄 알았다. 어른들 말씀이 곧 내가 할 ‘도리’였다.



그런데 결혼생활의 ‘도리’는 ‘이혼’을 고려하게 만드는 도박, 중독, 여자 문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도리에 따른들 어른들의 성에 차지 않았다.



‘도리’ 따지는 종갓집에 시집가니, 나 같은 사람은 정말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도리란 여자니까 부엌에서 일해야 하고, 며느리이니까 집안에서 목소리를 낮추는 것.


그럴 때, 반대로 내가 삼십여 년 자라며 함께한 친정 부모님을 떠올려 본다면?



다 큰 딸을 보고도 마냥 입이 귀에 걸리는 아버지, 딸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엄마!



외동딸 키워주신 그 정성 생각하니, 또 다른 도리를 알게 되었다.



시가 어른에게 도리를 하지만 친정 부모에게도 도리를 하려면, 명절에 외동딸이 두 시간씩 설거지하는 모습을 친정아버지에게 못 보이는 법이다.



대신 와서 설거지를 해주시겠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인데.



나는 이제부터 이 도리를 다하기로 했다.



시가만 향했던 몸과 마음을 이제는 엄마에게도 나눠 쓰려고 한다.



노년을 즐기지 못하고 온종일 정성으로 손주들 키워주는 엄마에게,



나를 위해 집 청소하고 사위 옷 빨래하며 유세 한번 안 떠시는 엄마에게,



그 희생에 도리를 다해야 먼저 가신 아버지에게 덜 죄송하고 내 인생에도 후회가 없겠다.



자식 된 도리란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