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3
박수를 받을 때마다 멈춰 걸어온 발자국을 살핀다
보폭을 점검하고
속도를 점검하고
지향점을 되묻고
신발끈을 고치고
허들을 생각한다
대상을 존중하기 위해 수시로 급한 걸음을 멈춘다
제대로 가려면 불가피하다
멀리 가려면 어쩔 수 없다
가치있는 과정에서는 허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허들들을 스스로 세우고 극복하는 것이다
자주 무너지는 것은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아서가 아니라 적시에 적절한 장애물을 가지지 못해서다
허들이라고 모두 같지 않아서 결국 보다 나아짐은 허약하고 허술한 허들을 제거하고 견고한 허들의 마련함에 있다
내 앞의 허들은 허술하지 않은가
제거에만 힘쓰다 보면 허들의 가치를 놓치고 만다
허들을 넘을 때는 상체를 숙인 겸손한 자세가 된다
집중을 위해 허들 간의 보폭도 내심 염려해야 한다
허들을 통과할 때에는 두 다리가 공중에 떠 있으므로 새가 되어 창공으로 나는 비상의 상태다
이때 이전의 나로부터 벗어나 다른 나로 변신한다
허들은 멈춘 상태에서는 넘지 못하므로 꾸준히 올바로 달려온 자의 영역이고 특권이 되는 셈이다
옆을 보고 타인과 비교할 수 없이 나만의 시간이다
나를 성장시킨 팔할은 적절한 허들이 놓인 순간들
지금의 걸음이 순조롭다면 허술한 허들을 치울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박수소리는 그래서 두려운 경고음이 된다
어서 저 만만한 허들을 교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