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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09. 2024

가느다란 끈

0607

https://brunch.co.kr/@voice4u/569


1년 중 가장 마음 헐렁한 날이다.


풍성함보다는 다소 느슨한 넉넉함이다.


예전보다 팍팍하고 여유가 희박해진 시대에 쇠는 명절이 흔드는 마음의 풍향계가 그러한 것 같다.


서로를 잇던 끈들이 밧줄에서 명주실처럼 가늘다.


명절이라도 있으니 연 2회 동여맬 기회가 소중하다.


핏줄이 아니어도 애틋하게 결속하던 연결의지가 멸종하고 있다.

소멸하고 있다.


인간의 개체가 줄어드는 것도 종말이지만

인간의 마음이 닫히는 것도 인류종말이다.


그 절박한 심정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향으로 달려간다.


너무나 큰 취지는 일상에서 부작용으로 드러난다.


우주에서 존재하려면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지들과 전투력을 체크하기 위해 크고 작은 다툼을 한다.


소리는 서로를 향하지만 증오는 그 사이에 없다.


너무 진지한 싸움이라 연휴가 지나서야 테스트용이었음을 알아차리고 귀경길 차 안에서 후회를 타전한다.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


원본을 대체하다가 원본을 잃어버리고 그 자체가 되는 유혹의 시간들이다.


https://brunch.co.kr/@voice4u/556


가느다랗고 가느다랗게 가늘어지는 끈이라도 놓지 않고 이으려는 수고가 숭고한 명절.


번거롭다고 번잡하다고 불편하다고 외면하고 소홀하면 안 될 일이다.


한 해를 버텨낼 마음 에너지를 충전할 귀한 절호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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