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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8. 2023

세밑 전 복기

0554

밤새 켜놓은 라디오 소리에 깨서 멍하니 누워 있다.


듬성듬성 흩어진 꿈들의 조각들을 이어 붙여본다.


잠결에 들었던 노래들이 묻어 있다.


한 해가 까무룩 저물고 있다.


돌아보니 어젯밤과 같다.


무언가 번잡했던 것 같은데 연기같이 사라지고 바람처럼 어루만지고 떠난

시간들.

상황들.

분위기.


올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도 있고

올해여서 힘들었던 일들도 있고

올해여서 가능했던 일들도 있고

올해가 씨앗이 된 일도 있다.


최근 10년 중 올해가 가장 힘겨웠고 만족스러웠다.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고통스러움.

어느 누구도 공감해 줄 수 없는 행복감.

이 둘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번갈아가며 드러냈다.

마치 앞뒤를 등진 듯 보이나 같은 면에 공존했다.


나에게 깊이 천착했었고

나로부터 멀리 멀어지기도 했다.


글쓰기는 이를 가능케 했고 이를 도와주었다.

그 덕분에 안전하게 아플 수 있었고 편안하게 고독할 수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쉬지 않는 월요일을 보내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은 크리스마스니까!


강력한 추위는 보내는 해에 대한 태도를 가르친다.

냉정하게

냉혹하게

혹독하게


https://brunch.co.kr/@voice4u/462

세밑은 복기復棋하기 좋은 시기.


무작정 덮어둔 삶의 장부들을 차분히 들쳐 본다.


어루만지고 다독거리기에 바쁜 지난날들.


다그치고 질책하려니 가련하다.


다시 노래 부르련다.


아직 탄생한 적 없는 춤을 상상하며.


https://brunch.co.kr/@voice4u/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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