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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스텝은 늘 어긋나지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알
-김승희 <솟구쳐 오르기 2>중에서
상처傷處는 상처上處에 있다
상처는 귀소본능이 있다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은 상처는 없다 모습을 바꾼 채
상처는 슬픔의 문을 열고 들어와 환희의 창을 연다
상처 아닌 걸음이 없어서 상처의 발자국 투성이다
하나 둘하나 둘
상처의 스텝은 구령과 어긋나게 리듬을 부추긴다
상처의 지도는 카페테리아에서 무작위로 앉은 이들의 머리를 점으로 가정하고 그 점들을 선으로 이으면 완성된다
상처는 직선이 체질이고 연결이 본질이어서 선으로 이어야 선명하게 실체가 드러난다
상처는 먹는 것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먹는다
먹히는 것은 없고 먹는 것만 존재하는 세계
상처는 허한 포만감으로 자꾸 밀어 올린다
결국 상처는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