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숨쉬기가 당연한 줄 알았지 그저 코와 입만 있으면
독자가 당연한 줄 알았지 책을 세상에 써 내놓으면
봄이 당연한 줄 알았지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숲이 당연한 줄 알았지 나무들을 여럿 심어 놓으면
네가 당연한 줄 알았지 네가 멀리 떠나기 전까지는
당연이 당연하게 다가온 적이 없음을 자주 잊는다
당연해 보이기 위해 수많은 기적이 일어나야 함을
당연한 것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아요
당연하다고 안심하는 순간 당연한 것들은 태연하게 그대에게서 사라질 것이다 한 줄의 편지도 남기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그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제 몸을 숨기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골똘히 생각하게 할 것이다 당연한 것들은 결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의 총합이었으니 이를 알고도 몰랐으니
아
나는
누구에게
당연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