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심찮게 시낭송대회 관련 뉴스가 눈에 띈다. 공중파 TV를 포함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된다. 며칠 전 문화채널에 패널로 나온 한 문화평론가는 가수 오디션 시대가 가고 시낭송가 경연대회 시대가 왔다고 호들갑스럽게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AI시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인간적인 문화를 지켜내자는 위기감이 시낭송의 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다소 무리가 있는 해석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향유하기에 시낭송만한 것이 없다는 것에 이견은 없었다. 기성세대는 학창 시절의 추억이 있어 익숙한 문화였고, 젊은 층에서는 레트로풍의 문화가 다소 힙하게 다가와 열광했다. 세계적인 5인조 남성그룹의 최근 발표한 신곡 'Looking for Anabel Lee'의 뮤직비디오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한 멤버씩 영상 중반부에 릴레이 시낭송을 하는 장면이 압권인데, 무려 4분 44초나 이어진다. 에드거 앨런 포와 그의 연인 버지니아의 실제 무덤가를 교차 편집하면서 환상적으로 슬픔을 자아냈다. 한때 거짓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애너벨 리를 처음 접하는 젊은 층에서 그녀를 여가수라고 짐작하고 영어 이니셜 AL인 연예인들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포의 시 애너벨리가 널리 퍼지는 건 20세기말과 다르지 않다. SNS에서는 애너벨리 놀이가 만들어져 진화했다. 너무 종류가 다양해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런 식이다.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도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라고 한국어 국악버전으로 운을 떼면 이어,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라고 다른 나라의 사람이 판소리 느낌으로 받아 이어가는데 한 편의 시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만들어진 영상들은 재가공되고 편집되어 놀이처럼 확산되었다.
소년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애너벨 리를 낭송해 올린 적이 있다. 파격적인 낭송이 아니었음에도 최근 들어 조회수가 급격히 상승해서 신기했다. 최근 댓글을 보다가 하나의 짧은 글에 시선이 멈췄다.
-다음 거리공연에서 애너벨 리를 꼭 듣고 싶어요.
글쓴이는 어느 배우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썼으나 단번에 그 소녀임을 소년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