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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Oct 13. 2023

집 나간 입맛

0488

입맛이 가출을 했다.

어떤 약의 복용 때문인지 독한 치료의 부작용인지 알 수 없다.

입맛이 없으면 밥맛으로 먹었는데 모든 음식이 모래알 같다.

즐거운 식사시간이 다가오는데 입과 위는 침묵한다.

좋아하는 음식들이 죄다 등을 돌렸다.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는 내 모습이 흉하다.

국에 말아서 밀어 넣거나 누룽지밥물에 신 김치로 겨우 끼니를 챙긴다.

몸이 음식을 꺼리는 것은 위태롭고 고통스럽다.

생각의 먹이도 음식이고 감정의 먹이도 음식이고 성질의 먹이도 음식이고 빈둥의 먹이도 음식이다

잘 생존하려면 잘 섭취해야 한다.

가출한 입맛을 찾으려 집 주위를 맴돌았으나 입맛이 어디로 숨었는지 찾을 도리가 없다.


입맛아! 어디에 있니?


이 순간 제일 부러운 자는 먹고 싶은 것이 무한한 자다.

먹고 싶은 음식의 수만큼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다.

삶의 질은 음식의 스펙트럼과 비례할 것이다.

요즘 사람을 만나는 횟수도 입맛 때문에 줄었다.

먹는 것이 즐겁지 않아 만남의 대화를 오염시킬 것 같아서다.

거식증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잘 먹어야 글도 건강해지고 말도 건강해진다.

건전한 욕망이 활성화되고 싱싱한 활력이 피어오른다.

수동적인 절식은 유익한 바가 없다.

모든 내 몸의 스위치를 느슨하게 작동시킨다.

어설픈 다이어트는 몸을 상하게 한다.

어서 빨리 입맛이 돌아오길 바란다.

집 나간 며느리는 전어를 구우면 돌아왔는데

집 나간 입맛은 무엇을 구워야 돌아올까.

혹시 길을 가다 제 입맛을 만나게 되면 꼭 좀 전해주셨으면 좋겠다.


어서 들어가라  니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다


하루속히 입맛이 돌아와서 포만감에 비스듬히 누워 배꼽을 튕기며 콧노래를 부르는 날이 왔으면 한다.



덧말♡

입맛없음 극복 체험기를 찾습니다.

추천음식이나 추천방법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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