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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서로 어루만져줄 기회가 드물다
그저 자신의 상처만 겨우 부둥켜안고 발버둥 하니 그 모습이 애처롭다
이렇게 상처의 섬 같은 초개인 시대에 낭송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자꾸 고민하게 된다
어제의 낭송 주제는 '마음을 매만지는 시낭송'이었다
소월의 시로 열어본다
불운에 우는 그대여, 나는 아노라
안다는 것은 보고 있다는 것일 게다
정보가 아닌 감각으로 알고 있으니 이는 이해를 넘어 공감의 영역으로 달려간다
무엇이 그대의 불운을 지었는지도
사는 것이 사그라드는 것 같다
나의 심지가 의지가 모처럼 붙은 불씨가 꺼져가는 느낌이 짙어지는 것은 어디서 엉겨 붙은 불운 탓만은 아닐 텐데 온몸에서 좀체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굳어진 그대의 가슴속도
모두 지나간 나의 일이면
제발 완고해지지만 말기를 모두 '다 잘 될 거예요'라는 무책임한 말이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적황의 포말을 북고여라, 그대의 가슴속의
부추기고 북돋우고 하면 조금 나아질까 오래된 이끼 같은 상처들이 아물까 자꾸 뒤척여보지만
불운한 그대를 타인에서 자신에게로 돌리자 위무의 낭송은 깊은 고백이 된다
호흡은 묵직해지고 목소리는 자꾸 듣는 이의 가슴을 끌어당긴다
여백이 충만해진다 누구도 길어다 마실 감로주가 된다 위로는 강조하지도 않고 소리 지르지도 않고 마음에 천둥을 던진다 온통 내 안에서 아름다운 풍비박산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