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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니 Jan 10. 2019

Untitled #05


Nicolo, Italy


니콜로는 석사 과정 때의 친구이다. 일을 하다 온 친구들이 많은 유학생들과는 달리 이탈리아 친구들은 대학에서 석사과정으로 바로 올라온 친구들이라 어린 친구들이 많았는데, 니콜로는 그 중 가장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학기 초 같이 식당이라도 가면 자연스럽게 유학생 그룹과 현지인 그룹이 나누어지곤 했는데,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종종 우리 그룹으로 넘어오곤 했다. 


니콜로와 나는 서로에게 호감이 있던 사이라 졸업을 할 때, 내가 밀라노에서 가장 파워 있는 건축가이던 Stefano Boeri의 Job offer를 받았을 때 무척이나 기뻐했고, 내가 그를 거절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크게 상심하기도 했다. 


지금도 고마운 것은 그가 내게 밀라노의 아름다운 공간들을 많이 선사했다는 사실이다. 니콜로 덕분에 Piazza Mercatti의 볼트 지붕 공간에선 모퉁이에서 끝에서 한 말이 수십 미터 건너편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클래식한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현지인들만 다니는 숨겨진 공간들을 누릴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Achille Castiglione Museum의 입장권 두 장 같은 우아한 선물로, 근사한 생일을 만들어 준 것도 그였다.  


만약 밀라노에 남았더라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았을 수도 있고 그 반대였을 수도 있다. 

추억은 추억이라 좋은 것일테다. 


그가 이 순간 행복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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