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GIPHY(기피)를 인수했다.
정확히는 페이스북이 2012년에 약 1.2조원에 인수한 인스타그램으로 편입이 되었고, 100여 명의 GIPHY 직원이 페이스북 직원이 되었다.
정확한 인수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Axios에 따르면, 미화 400M(약 4,800억원)에 거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 책정되었던 기업가치가 7,200억원 정도였다고 하니 현금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회사 가치를 낮췄거나 인수합병이 절실한 상황이 아니었나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아마도 GIPHY가 뭔지 모를 독자들이 많을 텐데 GIF 검색 및 공유 플랫폼이다. 소위 움짤이라고 불리는 GIF 포맷의 움직이는 이미지들을 모아놓은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단순히 모아두기만 한 것이 아니라, 써드파티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게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에 사진을 올릴 때나 DM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 활용되고 있다. 지금도 GIPHY의 트래픽 절반이 페이스북의 서비스들에서 발생되며, 또 그중에서 절반 정도의 이용이 인스타그램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2013년 약1,800억원을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를 받은 후에 계속 적자에 허덕이자, 코로나 사태 이전에 페이스북에 투자 의향이 있는지 접촉했다가 인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움짤을 모아놓은 이 서비스의 인수합병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 GIPHY는 애플의 iMessage, 틱톡, 트위터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gif를 활용하여 메신저를 이용하고 셀피에 스티커를 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트렌드이다. 이미 거의 모든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인수했으니 이런 유행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더 많은 소셜 미디어에 도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페이스북은 경쟁사의 사용자 수나 사용자 행동 분석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GIPHY를 도입하는 회사는 디바이스 ID 정보를 GIPHY에게 제공하게 되어있다고 하니 비현실적인 얘기는 아니다.
각종 소셜미디어에 페이스북만의 트로이 목마를 심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결국 회사다.
결국 돈을 버는데 집중한다는 것이고, 이번 인수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gif를 활용하기 위해 ‘햄버거’를 검색하면 맥도날드, 버거킹, In-N-Out 이 최상위 노출을 시키기 위해 경쟁을 한다면 그 자리값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르는 일이다. 또, ‘눈썹’을 검색했을 때, 로레알, 샤넬, 에스티로더의 브랜드들이 경쟁을 한다면 저 검색어의 가격표는 얼마가 될까?
또, 2014년에 WhatsApp을 약 20조원에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메시지 기능을 더 키우고자 했던 마크 주커버그의 전략에 힘을 더할 것이다. 최근에는 WhatsApp, 페이스북 메신저, 그리고 인스타그램 간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유저들이 이렇게 활발하게 채팅을 한다면 나중에는 메시지와 GIF를 통해 사용자의 상황이나 감정과 같은 것들도 분석하고, 사용자의 심리 타게팅이 가능한 광고 상품도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페이스북은 결국 광고 플랫폼 회사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GIPHY 사용량의 절반이 페이스북 서비스들에서 온다. 다른 경쟁 서비스인 Tenor는 2년 전에 구글이 인수했으니 혹시라도 GIPHY가 망하면 Tenor를 이용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구글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또, GIPHY가 망하지 않았더라도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었다면 경쟁사인 구글이 투자를 하거나 인수를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선택권이 없었을 수도 있다.
지난 5월 6일에 iOS 앱들의 로그인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페이스북 로그인SDK를 이용하는 앱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다행히 페이스북이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하여 이슈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GIPHY를 사용하는 앱들에 어떤 이슈가 발생되었을 때, 거의 실시간으로 이런 이슈 센싱이 가능할 것이다.
혹은 다른 관점에서 GIPHY를 연결한 수많은 서비스의 사용량 변화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요즘 뜨는 앱을 감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사들이 인지하기도 전에 early stage에서 페이스북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일찍 또, 저렴하게 급부상하는 회사의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는 것이다.
2018년 구글이 아이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등록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는 것이 익히 알려졌었다. 고객의 데이터로 광고 사업을 하는 구글이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가 아닌 애플 iOS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10조원의 금액은 문제가 아녔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데이터가 역시 모든 것'인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보고 GIPHY를 5,000억원도 안 되는 돈에 인수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물론 데이터의 질과 양은 iOS의 그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페이스북처럼 GIPHY의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시야를 갖는다는 것은 분명히 차별화된 능력이다.
데이터를 축적하는 능력,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수익화하는 능력은 모두 조금씩 다른 능력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데이터를 모은다고 하고 실제로 그 데이터를 활용하여 매출로 연결을 못하고 망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아마 GIPHY도 독립적으로 유의미한 매출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페이스북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 같이 이번 GIPHY의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조용한 실패로 돌아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