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최종원 Aug 31. 2017

조니 아이브가 말하는 애플파크의 5+1가지

지난 4월에 입주를 시작하고 올해말까지 입주를 완료할 애플의 새로운 본사, 애플파크 Apple Park.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파크

비록 기존 애플의 제품들이나 리테일 스토어같이 일반 대중들이 쉽게 방문하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2011년 스티브잡의 죽음 이후, 혁신이 없다고 여겨졌던 애플의 이미지를 바꿀 첫 제품은 어쩌면 애플파크가 될지도 모르겠다.


역사상 다섯번째로 많은 규모의 건설비용 약 5.5조원, 수용규모 12,000여명, 4층 높이, 71 헥타르의 면적, 수용규모 11,000대의 지하주차장 등, 조금만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뻔한 사실들말고 이 건물이 진짜 매력적인 이유를 스티브 잡스의 영혼의 동반자였던 조나단 아이브를 통해 들어본다.

 



1. 마치 또다른 애플 제품을 만들듯이

애플파크는 조나단 아이브가 여태껏 진행해던 프로젝트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제품들이 한꺼번에 수천만대를 생산했다면, 애파크는 오로지 한 개 뿐이다. 또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거나, 주머니에 쏙 들어가지도 않는다.

발표 당시, 청바지의 가장 작은 주머니에서 나오던 아이팟 나노

하지만 아이브는 애플파크 프로젝트를 마치 애플 제품을 만들듯이 똑 같은 디자인 프로레스를 적용하여 만들었다.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이 '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인데, 이는 비전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또 최종 결과물의 문제점을 미리 예상하기 위해 항상 해오던 것이다.


바로 이 과정을 애플파크에 적용시킨 것이다.


2010년 애플파크를 구성하는 Pod 중 한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바로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사무실의 벽에 소리가 반사되어 조금만 말을 해도 너무 시끄러웠던 것이다. 이 때 Foster의 건축가 중 한 명이 묘안을 냈다. 벽에 엄청나게 작은 크기의 구멍을 수없이 뚫고 구멍이 뚫린 나무벽 안쪽에는 소리를 흡수하는 소재를 붙이자는 것이다. 이렇게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최초의 컨셉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한 상태로, 심미성과 기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또, 프토토타입에서는 발견하지 못하고 실제로 건물을 짓고나니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고 한다. 애플파크 주변의 조경이 워낙 잘되어있다보니 나무와 잔디에 반사된 빛이 건물외벽에 있는 캐노피에 다시 반사되어 건물내부에서는 마치 수목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단다.

 나무의 색이 캐노피에 반사되어 실내로도 전해진다.


2. 잡스가 관여한 마지막 대형 프로젝트

애플파크는 마치 부모가 자녀들에게 상속계획을 세우듯, 스티브잡스가 미래의 애플 직원들을 위하여 시작했다.


CEO 팀쿡에 따르면 애플은 계획을 세우고 성장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순간순간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한다. 애플이 그동안 많은 것들을 잘해왔다고 생각하지만 일하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플파크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란다. 현재 애플은 실리콘밸리에 100군데가 넘는 사무실이 있고, 분명히 이렇게 여기저기 떨어져 일하는 것은 애플이 지향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고, 애플의 컬쳐를 반영하지도 않는다고.


이 프로젝트를 8년이 넘게 총지휘 중인 노먼 포스터는 스티브 잡스가 처음 자신에게 새로운 캠퍼스의 비전을 처음 설명한 2009년을 생생히 기억한다. 잡스는 이 캠퍼스가 어땠으면 하는 매우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고 한다.

노먼 포스터경이 그린 애플파크 컨셉의 변천사. 프로펠러 모양부터 도넛 모양까지.

그는 빌딩이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을 수 있는 낮은 건물을 원했고, 공조파이프나 수도 파이프와 같이 복잡해보이는 어떤 요소들도 건물에 없기를 바랬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는 문 손잡이부터 건물 구석구석의 소재까지 신경을 썼다. 나무도 특정 종의 메이플 나무의 가운데 나무만 고집했다고 한다. 그냥 고집한 것이 아니라 건축업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놀랄만한 디테일들을 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무벽의 사례를 다시 들자면, 스티브잡스는 "저는 메이플나무로 벽을 만들었으면 해요"와  같은 수준으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매우 구체적으로 수액과 당이 가장 적은 상태의 나무를 얻기 위해 쿼터컷으로 겨울에 벌목이 되어야하고 이상적으로는 1월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유리라는 소재를 통해 실내와 외부의 연결성을 강조하고자 했는데, 단순히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내 식당의 유리문이 12초안에 완전히 열릴 수 있게 만들어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장벽이 쉽게 없어지게 하는 것에도 강한 집념을 보이기도 했단다. 실제로 4,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은 날씨가 좋을 때 유리를 완전 개방하여 직원들이 자연공기와 햇살을 만끽 할 수 있게끔 하였다.

 

내외부의 경계가 없는 구내식당


3. 환경에 대한 욕심이 만들어낸 디자인

유리의 위쪽을 통해 외부 공기를 끌어들인다.

지붕 전체가 태양 전지 패널도 덮여있고, 이를 통해 건물 에너지의 80%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실내 온도는20~25도 사이로 유지될 것이라 하는데 에어컨을 통해서가 아니다. 최첨단 배기 시스템을 통해 바깥 공기를 건물을 감싸고 있는 유리의 틈으로 흘러 들어오게 한 후, 차가운 물로 공기를 차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하늘 방향으로 열려있는 기둥을 통해 내부의 더운 공기를 밖으로 보내기도 한단다.  또 재활용 나무로 인테리어의 많은 부분을 채우기도 했고, 건물 내의 물은 재활용 된 물을 사용한다. 이와 같은 노력들은 미국의 전 부통령이자 환경운동가인 알 고어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알 고어가 애플의 이사회 멤버인 것은 안 비밀)


이미 수년 전부터 전문수목관리사와 함께 캠퍼스 내에 과수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며, 캘리포니아가 겪고 있는 극심한 가뭄에 강한 9,000여그루의 나무들은 올해 말까지 심겨질 예정이다.

보라색은 자두나무, 오렌지색은 복숭아나무, 갈색은 올리브나무, 빨간색은 감나무, 그리고 노란색은 예상할 수 있듯이 사과나무다.


4. 완성도와 디테일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애플파크의 문 손잡이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회사들에 따르면, 새 문손잡이 디자인이 소방법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타 클라라 소방청과 15번의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법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장애물이였고, 실제로는 애플이라는 클라이언트를 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한다. 프로토타입을 보여줄 때마다 애플은 끊임없이 수정 요구를 했고, 프로젝트의 말미에는 나노미터 단위의 정확도가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문손잡이 프로젝트를 2년이 넘게 진행한 후에야 해결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회사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고, 문 손잡이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에서도 장담컨대 2년씩 프로젝트가 진행 된 사례를 극히 드물 것이다.

애플파크의 문손잡이. 평범해 보이는 손잡이를 2년동안 만들었다고 하면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무능력하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또, 수입된 나무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30페이지가 넘는 매뉴얼을 읽어야 했다고 한다. 또 모든 노동자들은 자재를 조심히 다루기 위해 장갑을 끼어야 했다. 이런 프로세스의 디테일들을 논하기 위해 몇달씩 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것들이 당연히 공사의 딜레이, 때로는 중단을 야기하기도 했다.


5. 스티브 잡스는 애플과 영원히

캠퍼스 내에 바로 가장 큰 오디토리엄은 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6미터가 넘는 높이의 유리 실린더 형태, 지름 50미터의 카본파이버 지붕, 그 지붕을 받히는 기둥이 하나도 없는 첨단 건축공학을 이용했다. 이 곳의 지하에 위치한 것이 바로 애플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스티브잡스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Steve Jobs Theater이다.


애플의 신제품은 앞으로 이 곳에서 발표한다고 하니, 애플의 신제품 발표시마다 관객과 발표자 모두 스티브잡스를 떠올리게 한 의도도 기가 막힌다.

스티브잡스 씨어터



+1. 중요한 것은 건물이 아닌 공간, 그리고

조나단 아이브는 애플파크를 단순히 숫자들로 논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미식축구장의 49배 규모, 피트니스 센터에 900억이상 투자, 커브드 글래스를 이용하여 이 정도의 규모의 빌딩을 만든 것도 당연히 엄청난 작품이통계학적으로도 무척 인상적인 빌딩이지만  그 것 자체가 성취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며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가치는 이 빌딩을 짓기 위해 들어간 것들이 아니다.

앞으로 이 빌딩에서 만들어져 나오게 될 그 것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쉬쉬하는 4+1가지 이유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