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볼보자동차는 B엔진 라인업을 선보였다. 엔진에 작은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달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재편했다. 디젤과 작별을 고하고,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친환경 시대를 맞이하는 준비 단계다. 그렇게 볼보는 체질을 개선하는 중이다. 같은 B엔진이어도 각 모델 별로 적용하는 엔진이 다르다. B4부터 B6까지, 2.0리터로 배기량은 같아도 트림 별로 출력이 상이하다. 특히 볼보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XC60은 B5와 B6를 품었다. B엔진의 핵심 영역이다. 많은 사람이 선택할 모델이니까. B5는 디젤 모델이던 D5와 가솔린 T5을, B6는 고성능 가솔린 T6 모델을 대체한다. 예전보다 라인업이 간결하지만, 사실 고민의 난이도는 더 늘었다. B5와 B6가 서로 비슷한 듯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는 까닭이다. 같은 B엔진이기에 더 치밀하게 고민하고 선택할 여지가 있다.
XC60 B5와 B6의 차이를 살펴보자. 우선 눈에 띄는 숫자는 출력이다. B5는 250마력, B6는 300마력. 차이가 큰 듯하면서 또 50마력이 얼마나 다를까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체감할 숫자는 또 있다. B5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걸린다. 반면 B6는 6.2초를 기록한다. 0.8초는 어느 정도 차이일까, 하는 고민. 눈 한 번 깜박이면 1초다. 그 차이가 클까? 작을까? 이런 고민. 눈에 잘 보이는 차이도 있다. 휠 사이즈다. B5는 18인치, B6는 20인치를 장착했다. 2인치 차이는 은근히 티 난다. 휠 하우스가 비어 보이느냐, 꽉 차 보이느냐. 그에 따라 옆면 인상이 달라진다. 당연히 20인치 휠을 장착하면 보다 위압적이다. 심리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숫자를 비교하면 당연히 B6에 마음이 쏠린다. 배지 숫자도 높고 제원 역시 비교 우위를 점한다. B6의 압승일까? 당연히 그만큼 가격도 B5보다 높다.
그런 점에서 B5에도 솔깃할 숫자가 있다. 차량을 구입할 때 가장 영향력 높은 숫자, 가격이다. B5는 (인스크립션 모델 기준) 6700만 원이다. B6는 7100만 원. 400만 원 차이는 클까? 적을까? B&W 오디오 시스템과 인테리어 차이는 크다. 같은 인스크립션 기준에서 400만 원 차이는 미묘한 금액이다. 모델 트림으로 보면 만만한 금액이고, 옵션 가격으로 치면 부담일 수 있다. 딱 그 정도 차이. 가격에서 B5가 우위를 점하지만, 따져 보면 차이가 결정적 이진 않다. B6가 예전 T6보다 가격을 낮춰 나온 까닭이다. B6의 우위만큼이나 B5의 가격 차이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진 않는다. 절로 고민이 깊어진다.
단지 가격으로만 결정하는 건 단순한 분류법이다. 숫자 외에 다른 요소를 살펴야 한다. B5와 B6 엔진으로 발현하는 XC60의 각기 다른 감각이랄까. 400만 원 차이를 고심하게 할 감각의 옵션이라 할 수 있다. 그 차이를 알면 B5와 B6 중에 뭘 선택할지 보다 명확해진다. 볼보가 B5와 B6로 선택지를 나눠놓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취향을 위해.
XC60 B5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SUV 감각이다. 보다 전통적 SUV 답다. 편안하고 부드럽다. 가속페달로 차체를 움직이는 감각 얘기다. 250마력이 적은 출력은 아니니까. B5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단지 밀어붙이기보다 부드러운 크루징에 더 잘 어울릴 뿐이다. 휠 인치 영향도 있다. 18인치 휠은 인상과 움직임에서 자극보다 편안함을 추구한다. 원래 볼보 모델이 그렇듯이. XC60에 기대하는 부분을 충실하게 구현한다. 볼보 SUV의 기준점이랄까. 볼보의 안팎을 음미하며 적절히 부리고 싶은 사람에게 알맞다. 넘치지 않고 딱 필요한 것만 취하는 실용주의자랄까.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안락함을 최고로 치는 그런 사람.
반면 XC60 B6는 그 기본에 매끄러운 활력을 가미했다. 50마력 차이가 가속페달을 밟는 깊이를 다르게 한달까. 운전자의 동작과 차가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 SUV를 떠올릴 때 으레 생각하는 감각보다 한결 민첩하다는 뜻이다. 매끄럽고 쾌적하다. 이왕이면 뭐든 조금 넘치고 여유 있는 걸 선호하는 사람에게 걸맞다. 이런 사람에게 B6 모델은 400만 원으로 택하는 선택사양이 된다. 출력 패키지랄까. 대체로 안락함을 추구하지만 때때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달리고픈 욕망을 충족한다. 스포츠 주행까진 아니어도 즉각적인 반응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원래 선택사양이 이모저모 쾌적한 환경을 마련하잖나. 있고 없고 차이가 확연하다.
볼보는 B5와 B6 엔진 라인업을 통해 XC60에 더 집중하게 한다. 차이를 줄이면서 성향을 달리 했다. 비슷한 영역에서 선택지를 넓힌 셈이다. XC60을 후보로 올렸을 때 이탈하지 않도록. 라인업 꼭대기는 T8이라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 친환경과 출력 양쪽에서 XC60의 정점을 선보인다. 그 아래에서 B5와 B6는 비슷하면서 다른 영역을 제시한다. 전통 SUV의 믿음직한 감각과 잘 달리는 SUV라는 요즘 감각의 차이. 둘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에 예산보다 취향이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볼보가 B엔진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T6 대신 등장한 B6 가격을 낮춘 덕분이다. XC60 B5와 B6 사이에서 당신의 선택은?
글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