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미국에서 볼보자동차의 안전 테스트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에 판매하는 차를 기준으로 테스트하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테스트 평가입니다. 여기서 볼보자동차는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모델이 최고 점수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에 오릅니다. 정확히는 총 14개 차종이 선정됐습니다.
볼보자동차가 미국의 안전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그간 새로운 충돌 테스트를 개발해 적용하면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당황했지만 볼보는 이미 10여 년 전에 출시한 자동차도 이를 통과해버렸었으니까요
올해의 결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졌습니다. 지금까지의 테스트가 차체의 기본 성능, 안전성에 초점을 둔 테스트였다면 이번 결과에는 상당히 많은 부분에 첨단 안전사양을 고려했습니다. 볼보가 ‘시티 세이프티’로 강조하는 여러 시스템. 즉, 전방 충돌 경고, 비상 자동 제동 시스템, 보행자 및 자전거 충돌 방지 기술 등을 모두 포함한 테스트 결과입니다. 볼보가 이런 기술을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 주목할 것은 ‘세이프티 센터 충돌 연구소’입니다.
# 세이프티 센터 충돌 연구소
매일 출근하면 하루에 1대. 차를 테스트하는 직장이 있다면. 바로 볼보자동차의 세이프티 센터 충돌 연구소입니다. 스웨덴 고텐버그에 위치한 곳으로 지난해 12월 설립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곳의 주요 역할은 교통사고 상황에서 생명을 어떻게 구조해야 할까라는 주제를 두고 실제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연구소에는 각각 108m와 154m에 이르는 2개의 테스트 트랙이 있는데 0도~90도 사이에서 각도를 변경하고 속도를 변경하며 충돌 테스트를 할 수 있죠. 그래서 최대 시속 120km/h에서 2대의 움직이는 차들 간에 충돌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자동차 회사들의 연구소에 있는 설비일 수 있습니다. 이제 밖으로 나가보면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건물 외부에는 빠른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도랑으로 돌진하는 사고. 즉, 전복 충돌이나 도로를 이탈하는 시나리오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본 주황색의 볼보를 데굴데굴 굴리던 그 모습. 바로 이곳입니다. 이외에도 동물과의 충돌사고를 고려해 사슴보다 훨씬 큰 동물인 엘크의 모형도 갖추고 있고 850톤 규모의 대형 방호 울타리는 어디로는 이동해 앞, 뒤, 옆 어디든 차를 충돌시킬 수 있죠.
물론 이 연구소에서 시행하는 테스트는 모두 고성능 카메라로 기록하며 차량과 실험체에는 센서를 붙여서 모든 상황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다시 연구소로 가져와서 보다 안전한 차를 만드는 방법으로 제시하게 됩니다.
# 10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최저 수준의 스웨덴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볼보. 그리고 세로로 긴 나라 스웨덴의 가혹한 도로 조건. 이런 모든 것이 자동차를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스웨덴은 1997년 ‘비전 제로 (Vision Zero)’ 프로젝트를 통해 교통사고를 인한 사망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죠. 현실적인 목표는 해마다 500~600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를 2000년까지 400명 이하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목표는 달성에 실패했죠. 그러나 정부와 기업과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2010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70명으로 줄입니다.
실제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이를 위해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입니다. 정부는 신호등 체계를 로터리로 바꾸고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건너는 상황뿐만 아니라 건너려는 제스처를 취해도 차가 멈추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운전을 해보면 사람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매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부와 기업과 사회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합니다.
# 볼보가 30m 높이에서 떨군 새 차 10대
안전한 차. 그리고 안전한 나라.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노력 가운데 볼보는 지난해 11월 이색적인 실험을 합니다. 새 차 10대를 높이 30m에서 떨굽니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렸다가 자유 낙하합니다.
이 실험이 독특한 것은 그다음 이야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자동차 회사 실험은 여기서 끝이죠. 충돌 상황의 데이터를 모아 자동차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용도죠. 그런데 볼보를 떨어뜨린 뒤에는 붉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달려듭니다. 이들은 볼보의 문짝을 뜯어내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연습을 합니다.
볼보의 이번 실험은 구조대를 위한 것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구조대가 어떻게 탑승자를 구조할지를 실험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승객을 구출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내용을 담아 대응 매뉴얼로 만들었고 연구 보고서로 공개합니다. 그리고 구조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고 빨리 생명을 구조할 준비를 합니다.
볼보자동차의 호칸 구스타프손 선임 교통사고 조사원은 “사고 발생 시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구하는 방법을 발견하고 구조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번 충돌 테스트를 기획하게 되었다”며 “스웨덴 구조대와 ‘도로 위 안전’이란 공통의 목표로 상호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