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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XC60 B6

바래지 않는 1위의 품격

by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쓸 수 있는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빼놓고서 바라보는 볼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뻔한 해답을 피하기 위해 오랜만에 XC60을 다시 만났습니다. XC60은 국내 도로에서도 친숙한 모델인데요. 그만큼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죠. 덕분에 2023년 수입 SUV 1위, 2024년 수입 중형 SUV 1위라는 타이틀도 챙겼습니다.




베스트셀링과 1위 SUV. 두 키워드는 요즘 같은 SUV 전성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도 없고 손에 닿기 어려운 존재인 만큼 평소보다 까다로운 눈높이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승차인 B6의 경우 7,400만 원에 달하는 만큼 자동차가 가진 다양한 요소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죠.




2세대 XC60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건 2017년입니다. 어느새 8년이나 된 베테랑 모델이죠. 요즘처럼 모델 변경 주기가 빠른 시기에는 오래된 낡은 중형 SUV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XC60이 받는 평가는 여전히 당당한 현역이에요. 볼보는 잦은 변화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대신 오래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하죠. 북유럽의 생활방식을 녹여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가치가 바래지 않는 정교한 가구와 비교되기도 하죠.




그럼에도 XC60은 볼보 내에서 화려한 모델로 손꼽히는 모델입니다. 2021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플래그십 못지않게 번쩍이는 크롬 장식도 아끼지 않고 다양한 부위에 사용했죠. 선과 면을 차분하게 정리한 겉모습은 요즘 SUV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에요. 첫인상에 시선을 강탈할 만큼 자극적인 디자인과는 정반대에 위치하죠.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고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7,000만 원이 넘는 수입 중형 SUV가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점은 XC60의 뛰어난 상품성을 보여주죠.




실내는 밖에서 바라본 성격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중심 철학이 반영된 넓고 따스한 공간은 볼보 특유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화려함을 좇지 않지만 언제 봐도 질리지 않고 틈새 없이 마감된 조립 품질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죠. 눈으로 즐길 거리가 풍성하지 않아도 이동 간의 충분한 휴식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구성도 없을 거예요.




XC60은 SUV가 넘치는 시장에서 가장 많은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특히 패밀리 SUV로 접근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구미를 당길만한 ‘킥’이 필요하죠. 이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시트의 편안함은 여전히 최고 수준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볼보는 세그먼트에 따라 시트를 분류하지 않아요. 어떤 모델을 타더라도 이런 감각을 전달하는 브랜드. 볼보가 유일할 거예요.




2024년형을 기점으로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신 출시된 모델들과 견주어도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한국인들의 입맛을 고민한 볼보답게 필요한 모든 부분을 반영했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가 당연하지도 않습니다.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2.0에는 이미 모든 정보가 내장돼 있죠. ‘아리아’를 부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음성인식 시스템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기 보단 운전자가 자꾸만 쓰고 싶게 하는 완성도예요. 운전을 하면서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안전에 대한 신뢰도는 올라간다고 볼 수 있어요.




2톤에 육박하는 SUV에서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기대한다는 건 레이스 자동차를 만드는 것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XC60의 성격은 그것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어요. 나긋나긋한 주행을 할 때 빛을 발하는 편이죠. 그중에서도 B6에 탑재된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kg.m를 발휘합니다.




숫자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300마력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되려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죠. 그러나 XC60의 움직임은 결코 둔하지 않습니다. 가다 서다 반복되는 시내에서도 XC60의 움직임은 마치 한 체급 아래의 SUV를 타는 듯 사뿐하죠. 거추장스럽지 않은 몸놀림은 편안한 주행 질감과 함께 고급스러운 SUV를 타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줍니다. 조금 과감하게 몰아붙이면 숨겨진 면모도 드러내는 편입니다. 회전수가 올라가더라도 지치는 티를 내지 않죠. 어지간해선 호쾌한 가속성능이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통해 얻은 이득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차 시 시동이 꺼지고 다시 켜질 때 불쾌한 진동과 소음이 사라졌습니다. 내연기관이었다면 자연스러운 일들이 전동화를 거치면서 한결 편안하고 매끄러운 동작으로 바뀐 셈이죠. 여기에 장거리 운전에서 찍힌 공인 연비(9.9km/L)를 뛰어넘는 실연비와 볼보가 오랜 시간 공들여 개발해 온 다양한 주행 보조 시스템은 초보자가 운전하더라도 주행에 대한 스트레스 덜어줄 거예요.




XC60이 오랜 시간 중형 SUV 경쟁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데는 브랜드의 철학을 고수하면서 자동차가 가져야 할 밸런스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볼보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온 디자인, 훌륭한 품질, 가족이 함께 해도 여유로운 공간, 모자람 없는 성능.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지금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도 이런 존재는 쉽게 사라 지지 않을 거예요. 볼보가 추구하는 가치, 정체성은 늘 한결같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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