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볼보자동차의 첫 순수 전기차 단독 모델인 ‘C40 리차지(C40 Recharge)’가 국내 공식 출시되었습니다. 그 어떤 모델보다도 많은 관심이 쏠렸던 건, 지금까지 볼보 SUV에서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더불어 볼보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발걸음에 이정표 역할을 하는 모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점에서 C40 리차지는 ‘기술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전기차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해도 C40 리차지의 특징들을 나타내는 숫자와 표현 그리고 기능들에는 놀랄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승용차를 고를 때, 적은 연료로 얼마나 먼 거리를 갈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배터리에 충전한 전기 에너지만으로 달려야 하는 순수 전기차의 경우엔 더욱 효율을 고려해야 하죠. C40 리차지의 곳곳에 ‘효율 지향적 설계’가 세련된 디자인과 기술로 적용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고성능 주행을 위한 역동적인 디테일링과 효율을 고려한 에너지 솔루션
C40 리차지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이 향한 부분은 차체 뒤쪽입니다. 뒤로 갈수록 비스듬히 기울어 내려가는 지붕선은 스포티한 모습을 강조하고 쿠페 스타일 SUV의 트렌디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여기에는 스타일을 강조하면서도 나름의 기능을 지닌 요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스포일러입니다. 테일게이트에 탑재된 2개의 리어 스포일러는 차체 위를 따라 흐르는 공기 방향을 조절해서 고속 주행 때에는 안정감을 높이고 저속 주행 때에는 저항을 줄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차체 형태 때문에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효율을 고려한 기술과 설계가 담겨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실내 난방에 쓰이는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히트 펌프(Heat Pump)’가 있습니다. 엔진에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열을 활용하는 내연기관의 히터와는 달리, 전기차는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전기식 히터를 씁니다. 전기 에너지가 크게 소모되다 보니,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전기차의 주행 가능 거리를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되기도 하죠.
그래서 C40 리차지는 히트 펌프를 적용해 전기식 히터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였고, 차내 각종 전기장치에서 나오는 열을 재활용함으로써 에너지의 낭비까지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히트 펌프와 반대로, 열을 식힐 수 있는 냉각 장치도 필요합니다. 전기 모터 작동 시, 특히 급가속을 할 때처럼 큰 힘을 낼 때에는 상당한 온도의 열이 발생하는데요, 전기 모터가 지나치게 뜨거워지면 성능과 효율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열 때문에 생기는 변형 때문에 수명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볼보자동차는 온도를 늘 7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는 냉각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C40 리차지에는 출발 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프리 컨디셔닝(Pre-conditioning) 기능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볼보카스 앱을 통해 원격으로 차의 실내 온도를 쾌적한 수준으로 준비해놓을 수 있는데요, 차를 충전하는 동안 이 기능을 사용하면 주행 중에 온도 조절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설계된 배터리 팩
물론 C40 리차지에 탑재된 78kWh 용량의 배터리 팩은 일상 생활에서 차를 쓰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배터리 팩은 LG 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12개의 배터리 셀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모듈 27개로 이루어집니다. 이들 모듈은 몇 가지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져, 차체 아래 빈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기술 발전 덕분에 점점 더 작고 가벼워지고 있지만, 전기차의 배터리 팩은 아직 상당히 크고 무겁습니다. 배터리 모듈과 제어 장치 등으로 이루어진 배터리 팩 무게는 500kg에 이릅니다.
그래서 배터리를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전기차 설계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입니다. 사람이 타는 공간과 짐을 싣는 공간을 최대한 빼앗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용량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부피뿐만이 아닙니다. 무게는 승차감과 핸들링 등 차의 운동 특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배터리의 위치를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세심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C40 리차지는 효율적인 배터리 팩 설계와 배치로 차 구조 내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를 줄였고, 낮은 무게중심 주변에 배터리 모듈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차체의 움직임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부터 충돌 에너지를 잘 흡수하도록 설계된 차체 구조와 크럼플 존(Crumple Zone)을 형성하는 압출 알루미늄 프레임 안전 케이지로 배터리를 더욱 안전하게 보호하죠.
두 개의 심장이 만들어내는 동급 최고의 퍼포먼스
전기 구동계도 흥미롭습니다. C40 리차지의 해치 오른쪽에는 'RECHARGE TWIN'이라고 쓰인 배지가 붙어 있는데요. 두 개의 전기 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 고성능 모델로 운전자가 의도에 따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직관적이고 역동적인 운전의 경험을 제공하죠.
두 개의 모터는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을 뿐, 지능화된 제어 시스템이 함께 관리하는 하나의 구동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전자 장치가 제어하는 전동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이루는 거죠. 두 전기 모터가 항상 같은 힘을 내거나 같은 패턴으로 작동하지는 않습니다. 내연기관 차의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그렇듯, 주행 조건과 상황에 알맞게 지능적으로 앞뒤 차축의 구동력 비율을 알맞게 조절하죠. 이런 구성의 전동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내연기관 차의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장점이 있습니다. 전기 모터의 동력과 앞뒤 바퀴의 구동력 비율을 조절하는 속도가 더 빠르고 정확하면서 훨씬 매끄럽죠.
주목할 점 중 하나는 앞뒤 차축에 연결된 전기 모터의 성능과 작동 특성이 동일하다는 사실입니다. 각 전기 모터는 최고출력이 204마력, 최대토크가 33.7kg・m로, 두 모터가 함께 작동하면 최고 408마력, 67.3kg・m의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죠.
C40 리차지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7초인데요. 이처럼 빠르게 가속할 때에는 두 전기 모터가 동시에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며 시원한 가속감을 선사합니다. 그러면서도 차체 앞이 갑자기 들리면서 주행 안정성이 떨어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죠. 이처럼 C40 리차지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형 스포츠카와 맞먹거나 더 뛰어난 가속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낮은 무게 중심으로 주행 안정성을 높여 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주행을 선사합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원 페달 드라이브(One Pedal Drive)
탄성이 절로 나오는 가속력이 C40 리차지의 성능을 실감하게 한다면, 영리하게 조율한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에서는 C40 리차지의 효율성을 체감해볼 수 있습니다.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통해 ON/OFF가 가능한데요, 기능을 켜면 회생제동 장치가 작동하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마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것처럼 속도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가속과 제동 페달을 번갈아 밟지 않아도 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며 특히 가속과 감속이 잦은 도심 주행에 적합하죠.
특히 차량 제동시 감속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주행 중에도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 거리를 증가시킬 수 있죠. 운전자는 주행 상황에 따라 가속 페달을 통해 차량의 가속과 감속을 조절하므로써 내연 기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전기차 특유의 주행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전기차들과 달리, C40 리차지는 기능의 작동을 세련되게 조율해 놓은 것이 인상적입니다. 일부 다른 차들에서는 뒤에서 확 잡아 당기는 듯한 부자연스러운 제동이 거부감을 주기도 하는데요. C40 리차지는 보다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하게 잡아준다는 느낌입니다. 원 페달 드라이브의 기술적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차에 탄 사람의 불편함을 줄이려는 기술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C40 리차지는 볼보가 처음으로 선보인 순수 전기차 전용 모델이지만, 그럼에도 서툴거나 어설픈 느낌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사실 볼보의 첫 순수 전기차를 낯설어한 것은 우리일 뿐, 볼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 성실하게 전동화의 범위를 넓혀 왔습니다. 전동화를 향한 오랜 기술적 도전과 숙성의 과정을 반복해 지금의 C40 리차지가 탄생했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C40 리차지는 볼보에게 본격적인 전동화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만큼 잘 준비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선보였고요. 디자인은 물론 기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볼보가 순수 전기차 시대에 만만찮은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