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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앤비 박선미 Mar 23. 2024

커리어 이야기1. 90년대 면접 봤던 이야기

대기업, 방송국 등등

나는 X세대다. 90년대 대학교에 입학해서 90년대 졸업했다. 


고등학교때 기자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동아리를 방송반에 들어가서 DJ를 했다. 점심 방송 멘트쓰고, 음악고르고 내가 고른 음악과 이야기로 잠깐의 그 점심 시간 학교내에 방송을 했던 시절이다. 



방송국 기웃기웃 - M, K사 방송국 시험 본 이야기

신문방송학과를 나와서 원래를 기자를 하고 싶었는데 그 당시 정말 졸업후 취업이 힘든 시절이었다. 그때 선배들이 방송 아카데미를 많이 갔다. 방송 아카데미에는 기자는 없고 PD, 구성작가 등 다양한 방송 관련 직종에 대한 수업이 있었는데 나는 아나운서 반을 선택했다. TV방송의 아나운서가 될 생각은 없었고 나는 라디오 방송이 하고 싶었다. 내 얼굴이 나오는 걸 내가 보는 건 지금도 그때도 싫었던 듯하다.


그 해 M사 K사 대규모 공채가 있었다. 모든 아나운서 반 학생들은 다 본듯하다. M사가 먼저였다. 아나운서는 2명 뽑는데 지금 기억으로는 998명인가 지원을 했다. 경쟁률 무려 499:1!!


1차는 실기 테스트 2차 필기, 3차 면접, 4차 최종 면접 이었던듯하다. (기억이 가물가물)


1차에 붙어서 필기시험을 봤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던 듯한데 수능시험느낌이었던듯하다. 2차 필기에 붙었다. 1차에서 절반정도 걸러졌고, 2차 필기에서 완전 확 줄었다. 


3차 시험에는 약 28명인가 봤다. 그때 나랑 같이 봤던 아카데미 동기는 박** 인데 나중에 재도전해서 아나운서가 되었다. 3차 시험을 보기전에 텀이 좀 있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막 연락하고 교수님도 연락하고 했었다. 실기 및 면접 팁이라도 달라고. 그런데 그때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의 여러 가지 현실을 좀 직시했다.


그때 누군가의 소개로 만난 K사 연배가 지긋하신 아나운서께서 왜 아운서가 되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뭐라고 했나 생각도 안나는데 좀 충격적인 말은 아나운서가 생각보다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하면서 TV나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 자리는 몇개 안되고 데스크 지키는 아나운서가 더 많다. 자리 하나를 위해서 첩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경쟁을 한다라고 했다. 그때 좀 충격이었고 맥이 좀 빠졌다. M사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될수가 없는 자리였던것.


K사는 M사 떨어지고 본거라 맥이 빠져서 대충 보고 2차는 아예 안가버렸다. 이후 지방 아나운서 추천이 와서 거기까지 딱 시험을 보고 "아 나는 이쪽이랑은 안맞는다"고 포기해 버렸다.


엄마 아빠는 방송국 쪽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셨지마 나는 원래 고민을 많이 하지만 한번 마음을 접으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우리집 형편이 다음해까지 내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졸업할 즈음 본격적으로 여러 군데 회사에 원서를 넣었다.

 


여자가 매우 적은데, 우리 회사에 오면 일할 수 있겠어요?

방송쪽은 포기하고 일반 기업들 채용 공고, 공채가 올라오면 원서를 넣었는데 그때 IMF 이후라서 회사들 채용이 정말 적었던 때였다. 


지금은 사라진 대규모 '채용박람회'라는 것을 여의도에서 했는데 그때 잔뜩 이곳저곳 원서를 내고 왔었다. 


L사 계열사에서 신입 공채가 있었다. S사는 그해 공채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고 L사도 그룹공채가 아니고 계열사 공채였다. 지금의 리테일 사업을 총괄하는 곳이었는데 그때는 '유통'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던 회사였다. 


공채 시험을 보러 여의도 트윈타워에 갔던 기억이 나는데 자주 갔던 여의도 였지만 그 트윈타워 내부는 처음 갔었다. 시험을 막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필기 시험에 붙고 면접은 강남에서 진행되었다.


대기업 면접을 처음 봤었는데, 대기실에 들어가서 깜짝 놀랬던것은 여자가 나 혼자였다는 것이었다. 순간 뭐지 이 분위기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면접장은 남자 어른 두 분이 있었다. 여러 가지 질문에 답을 하다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질문을 면접관이 하셨다. 


"우리 회사 일이 좀 육체적인 일들이 많아요. 그래서 여자가 매우 적고 일하기 힘들어요. 입사하면 일할 수 있겠어요?"

순간 내가 정신을 잃은 듯하다. 원래도 욱하느 승질머리가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화가 났다. 남자 여자 하는 일을 나누는 것을 매우 극단적으로 싫어했던 그때였다. 그래서 나름의 논리로 모든 회사에는 육체적인 일도 있겠지만 머리를 쓰는 일도 반드시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일은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잘한다고 자부한다며 면접관을 면박하듯 쏘아부쳤다. (지금 생각하니 미친짓이었다고 생각한다 ㅎㅎ)


당연히 똑 떨어졌다. 4가지 없이 대답을 한 사람을 누가 붙여 주겠어.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나는 정말 철이 없었던듯하다.



이후 언제냈는지 모르는 채용박람회에서 낸 원서를 보고 어느 직업과 채용 전문 월간지에서 기자를 뽑는데 면접을 한번 보라고 연락이 왔다. 그 전에 글을 하나 써서 보냈던 것 같고 이후 면접을 보고 나는 월간지 기자가 되었다.


월간지 기자가 나의 첫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아주 빡센 기자생활이었지만 아주 즐겁고 따뜻했고 행복했던 딱 1년이었다.


커리어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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