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fi, 노이즈, 필름카메라, 레트로, 올드팝
초여름의 꽃과 한여름의 숲 속
우주와 바다
Dreamy, 몽환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피터팬, 빨간 머리 앤, 피노키오
이상, 마그리트
롤러코스터, 캐스커, 클래지콰이
살짝 더운듯한 낮의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심상이 있다.
이맘때쯤엔 유난히 모든 게 생그럽다.
해가 지면 서늘해진다는 사실도 좋다.
좋아하는 꽃이 생겼다.
꽃이 뽀얗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다.
처음엔 출근길에나 간간이 보이더니 눈에 들기 시작하니 어딜 가도 있었다.
이름은 생각보다 못생겼다.
한동안 헤비메탈만 듣다가 요즘엔 잔잔한 노래를 자주 찾는다.
사실 조금 지쳤다.
어디든 3개월이 고비다.
아무것도 모르니 모든 것을 공부하지만, 성과는 보이지 않으면서 욕은 먹는 시기.
또다시 심연이 찾아왔다.
2년, 6개의 환경, 여전히 신규, 여전히 막내.
이쯤 되면 어디서든 1년을 버티라는 것이 경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밖에 없다.
어느 한 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만년 신입사원은 자존감이 깎인다.
신입이 일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혼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그것이 2년간 반복되었을 때에는 나의 문제가 된다.
모두가 괜찮다 해주어도 스스로의 무능함에 견딜 수 없이 괴로워진다.
일터를 옮기면서 환기되었던 마음에 또다시 우울이 자욱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취미 없는 직장인의 삶은 무료하다.
지난 2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성격이 바뀌었다.
더 이상 사람과의 약속은 온전히 즐거움이 되지 못했다.
재미도 없는 짧은 영상들을 반복해서 넘기다가 문득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0년을 당연하게 함께했던, 그러나 10년을 떨어져 있던 나의 가장 오랜 친구를 찾아 나선 순간이다.
건반에 손을 대니 거짓말처럼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시를 필사했다.
손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무작정 달렸다.
우울했던 날의 기록을 최대한 남기지 말자고 결심해 놓고 적적할 때마다 글을 찾는 내가 참 싫었다.
문자로 구체화시켜놓고 나면 모호한 감정에 명확한 이유가 붙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
이제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