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속상했던 점은 병원이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수액세트 하나 얼마나 한다고 굳이 몇 번이고 쓰라는지, 환자복은 왜 항상 없어서 저 더러운 옷을 꾸역꾸역 입게 하는지, 이 더운 날 선풍기도 하나 못 놔주는지. 오만 가지의 불만을 잠재워줄 수 있는 문제는 결국 돈이었으나 병원은 해결할 능력이 없었다. 등급이 낮았고, 환자들도 가난했다. 이런 아쉬움을 갖고 이직을 결정했을 땐, 나는 오직 병원의 재력만 보았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고, 최선을 다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일반 한의원, 다이어트 한의원을 거쳐 한방병원에까지 당도한 내가 느낀 점은, 한방 계통이 부유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내가 생각해 본 이유는 이렇다.
우선, 한약은 모두 비보험이다.
그러니 한방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비보험에 대한 관용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심지어 다이어트 한약은 카테고리가 약이 아니라 미용에 속해서 더더욱 비용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다. 피부과, 성형외과의 시술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을 떠올리면 얼추 이해가 될 것이다.
요즘엔 추나가 보험진료로 들어왔다지만, 사실 사람들은 도수와 추나의 차이를 잘 모른다. 그러니 추나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도 비보험에 대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왔다.
그리고, 본인의 돈으로 진료받는 경우가 많이 없었다.
깡패라고 불리는 실비 1세대, 혹은 2세대를 가진 사람들은 마치 카페에 오듯 한의원을 들렀다. 그들은 오자마자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배에 핫팩을 올린 채 등 마사지를 받았고, 그 후론 단순히 뻐근했던 곳들에 침을 맞았다. 잘은 모르지만, 앞전의 실비들은 거의 100%를 보장해 준다고 했다. 그래서 한의원에 처음 온 사람들에겐 실비 가입 여부를 물었다. 그러고는 추나를 권유하고, 비싼 한약을 권유했다. 한방병원에서의 환자들은 절반 이상이 자동차 사고 환자들이었다. 그들은 썩 아프지는 않았으나 한방병원의 높은 병원비가 필요했다. 나는 사고가 난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사고 후 냅다 한방병원으로 향하면 합의가 잘 된다고 했다. 아프지 않으니 그들은 예민하지도 않았고, 해야 할 처치가 없으니 우리는 비용이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