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살아가면서(특히 어떤 갈등을 마주할 때)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모든 것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으므로 진리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에 허무주의에 빠질 때가 있는데.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설적으로 나의 것은 시대정신이나 윤리의식 따위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나아가다가도 길을 잃고 주저앉을 때가 많으니 웃긴 일이다. 괜히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나 나아가서는 세계의 입장에서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다는 모호한 걱정에 괜히 조심스러워지기도 하고(글이라는 특성 상 한 번 적히고나면 수정되기 어려우므로, 혹자는 이러한 이유로 책을 쓰는 것을 기피하기도 한다더라).
문학을 읽는 이유에서 나름을 해답을 찾을 수 있었는데, 문학은 삶이라는 큰 숲을 이해하기 위한 작은 나무(진실)의 엮음이 아닌가. 문학 작품을 읽으며 살피게 되는 수 많은 생(生)의 진실을 통해 삶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차츰 이해하게 되지 않는가. 물론 문학작품을 읽는다고해서 우리는 남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혐오와 증오와 질투는 세대를 거듭하겠지만 '아... 이런 삶도 있구나'라면서 조금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는가하고. 삶은 진실조각의 집합과 같으니, 지구 측 대표가 외계인 측 대표와 만나 '지금껏 우리 인류는 이렇게 살아왔습니다'라며 공동체의 방향을 소개하는 거대한 자리가 아니고서야 삶을 전칭명사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야기 앞에서 작가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없겠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는 최소한 그 작가에는 견고한 진실이므로. 책을 덮는 순간 어느 등장인물의 작은 삶이 내게 거대한 진실로 다가오고, 그 거대한 진실은 내가 삶의 일부를 이해하는 가장 작은 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