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졸업식.

오늘도 유치원 01.

by 김공단

"오늘 나 졸업해!"


무슨 졸업이냐고 물어본다면 유치원 졸업이다.

나이가 몇인데 유치원 졸업인가 할 테지만 해마다 유아들의 졸업을 하다 보니 나도 같이 꽤 많은 졸업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졸업은 유아들이 하고 나는 졸업 계획과 준비, 진행을 한다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졸업처럼 아련하고 설레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시작을 앞두고 마무리하는 그 사이의 어딘가를 함께 느끼고 경험하고 축하해 줄 수 있는 날이다.


유치원 졸업식이란?

5세 유아들이 초등학교 가기 전 유치원 5세 과정을 마치고 무사히 1년을 보낸 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마지막 행사다. 배움의 장을 조용히 접어 책갈피를 꽂는 의식이라고도 하고(챗gpt 검색), 반짝반짝 빛날 유아들의 앞날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졸업식 현수막에도 '반짝반짝 빛날 너희들의 앞날을 축하해'라고 쓰고 걸어두었다. 귀염둥이 유아들이 어느덧 이렇게 자랐나 싶고, 예비초등학생이 되다니 올해 1년도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유치원 졸업식 하루 전.

다음 날의 졸업식을 위해 졸업식장을 꾸몄다. 졸업이 실감 나는 단계다.

그전까지는 준비과정이 많고 시간이 부족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실감을 할 수 없었는데 졸업식 장소를 정돈하고 꾸미기 시작하니 이제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선 유아 의자를 놓고 그 의자마다 상 받는 순서대로 유아들의 사진을 붙였다. 하나하나 의자의 간격을 맞춰 놓고 유아들과 리허설도 해본다. 무엇이든 즐겁고 신나 하는, 그리고 들떠있는 유아들에 모습에 애가 타는 나의 마음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웃고 기대하고 즐겁기만 한 유아들 사이에 복잡한 심정으로 뒷목 잡으며, 지금보다 더더더더더 정돈되고 원만한 졸업식 진행을 원하는 내 마음을... 점점 마음이 쪼그라들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을... 모르는구나.(인정단계)


유치원 졸업식 리허설.

리허설에서 아이들에게 비라는 것은 다음과 같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오기, 상 받기 전에 인사하고 정해진 자리에 서기, 상 받고 인사하기, 상장은 팔 옆으로 끼우고 차렷 하기, 앞으로 돌아 부모님께 인사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 취하기, 자리로 들어가 앉고 상장은 의자 밑으로 넣어두기 등등등.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겠지만 5세 유아들은 작고 귀엽지만 생각보다 똑똑하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척이나 많은 유치원 최고 형님이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끝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아주 작은 한 부분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의식을 위한 국민의례, 애국가 1절 부르기, 졸업가 부르기, 부모님을 위한 노래 선물, 졸업식 중에 바르게 앉아있기 등등 졸업식 내내 유아들이 해내야 하는 과정을 위해 사전에 미리 연습하고 최종 연습을 해보는 것이 리허설이다.

리허설은 마무리 단계일 뿐, 리허설에 오기까지 사전작업을 위해 모두 쉬지 않고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다.


유치원 졸업식 사전 계획.

졸업식을 위한 사전계획은 이미 11월 어딘가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업무는 다음과 같다.

우선 어떤 목적과 방법인지 정하고, 졸업식콘셉트 등을 정하고, 어떤 순서로 어떤 노래와 영상을 만들 것인지, 어떤 상을 줄 것인지, 어떤 선물을 줄 것인지, 어떤 현수막으로 어떤 풍선장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어떤'과 '선택'이 가득한 협의를 한다. 협의를 마치면 졸업식 사전 계획을 작성한다. '어떤'과 '선택'이 가득한 협의 속에서 결국 선택된 목적, 방법, 세부내용을 작성한다. 졸업식과 관련된 일시, 장소, 업무를 나누는 업무분장, 예산 사용, 안내장, 순서지, 시나리오 작성 등 끝없는 일들을 만들어내고 계획을 완성하면 함께 살펴본 뒤 결재를 올린다. 결재가 끝나면 이제 계획대로 실행을 하는데 그 과정을 거치고 졸업식 하루 전날 식장을 꾸며 졸업식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장소 사용을 위해 다른 구성원의 양해 구하는 것부터 풍선업체 마무리도 함께 살피고 방송준비와 영상, 프로젝트빔 연결도 봐야 하고 정말 수없이 많은 업무가 있지만, 수많은 졸업식을 경험한 나는 퇴근시간 전에 모든 일을 끝내고 퇴근을 한다.(이때의 희열감이란..)


유치원 졸업식 당일.

이제 결실이다. 졸업식 당일의 내가 맡은 역할은 사회와 진행이다.

5세 아이들과 학부모님이 자리한 졸업식장에서 원장, 원감 선생님을 모시고 졸업식을 진행한다. 목표는 1시간 안에 끝내기, 떨지 않고 시나리오 잘 읽기다. 그동안의 노력을 동료들과 함께 와르르 쏟아내고 나면 감동받아 눈가가 촉촉한 학부모님들과 행복해 보이는 유아들의 얼굴이 보인다. 추운 겨울이지만 시원하게 행사를 마친 우리의 얼굴도 들뜬다. 졸업식 마무리 후 다시 모든 것을 원상복구 해야 하지만 개운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점심을 먹어볼까. 메뉴 선정하는 것도 선택이군.


"아! 오늘도 졸업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