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의 나는 친구들에게 늘 휩싸여 있어야만 마음이 편안했다. 나를 싫어하는 아이가 보이면 그 아이를 어떻게든 친해지려 노력했다. 특이한 행동을 일삼고 어느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으려 했고 언제나 친구들의 눈치를 봤다. 그러는 와중에 또 어느 날은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른 채 나도 모르게 폭발해서 불 같이 화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자라 오다 보니 어느 사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람을 대하지 못했기에 나와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얼굴에서 가면이 보였다. 나와 웃으며 이야기했던 한 친구가 내 흉을 본 걸 듣게 된 이후에는 정말 아무도 믿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하는 못난 생각들이 지금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들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이상한 망상에 한동안 취해있을 정도로 이상해져 갔다. 분명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하하호호 즐거워했고 그런 내 모습만을 믿으려 했고 그대로 나는 썩어갔다.
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
- Aristotle
이젠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 문장이 나를 바꿨다. 나는 못난 사람이어서 썩 괜찮은 나를 연기했다. 그렇게 나는 모두의 것이 되려 했고 모두의 것이기에 잊고 사는 공기처럼 잊혀갔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만인과 친구가 되려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힘들었지만 의식적으로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못난 모습 같았지만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렇게 나는 외로움과 자괴감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아직도 찌르면 아픈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젠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
추신.
이 글을 나를 구해준 P군, H양에게 바칩니다.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