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영 씨 무엇을 찾고 계세요?

클래식 필라테스에 빠져버린 순간

by 토토

처음엔 아무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생님은 ‘무엇을 찾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그때 알았다—나는 ‘느껴야 할 정답’을 찾고 있었다는 걸.

나는 늘 머리로 일했고, 몸은 그저 따라오는 줄 알았다.

photo-1506377872008-6645d9d29ef7?fm=jpg&q=60&w=3000&ixlib=rb-4.1.0&ixid=M3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x8fA%3D%3D 내 몸 안에 느낌의 도서관이 있다면,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는 내 모습은 이럴 것이다. ©unsplash

첫 클래식 필라테스 수업을 아직도 기억한다. 리포머 위에서 여러 동작을 하고 마지막으로 ‘펠빅 리프트(Pelvic Lift)’를 했다. 풋바에 발을 올리고 골반을 들어 캐리지를 움직이는 동작이었다. 선생님은 말이 거의 없었다. 큐잉 후에는 바로 고쳐주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가만히 지켜보셨다.


그러다 내게 물으셨다. “회영 씨, 무엇을 찾고 계세요?”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알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운동이라면 당연히 자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자극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운동 후 기분이 좋았다. 이 운동은 나에게 어떤 말을 거는 걸까. 그게 궁금해 다음 레슨이 기다려졌다.


지금 생각하면, “이걸 느끼셔야 해요”라고 바로 말해줬다면 나는 클래식 필라테스에 이렇게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의문을 남겼던 Pelvic lift (출처: Lesley Logan)


무엇을 느끼라고 정하지 않고, 움직임 속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것. 그게 클래식 필라테스의 매력이었다. 어쩌면 그 모호함이 내 안의 갈증을 자극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6년 넘게 쉼 없이 일하던 회사생활에 지쳐 있었다. 투입에 비례해 산출이 나와야 하는 결과 중심주의, 무엇이든 예측하고 방지해야만 안심되는 안전주의,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해야 하는 경쟁의 문화 속에서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정답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움직이게 하는” 이 운동은 낯설 만큼 자유로웠다.


리포머, 캐딜락, 베럴 같은 기구들 사이에서 내 몸이라는 망망대해를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레슨 날이 기다려졌고, 학원 문을 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필라테스 동작들을 엑셀로 정리했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기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설렘은 사라졌다.

몸도 엑셀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값을 입력하면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믿었다. 이 운동은 어떤 투입과 성과가 있는 걸까?


비슷한 동작을 반복하던 어느 날, 나는 구글에서 클래식 필라테스 동작을 검색해 기구별로 정리했다. 익숙한 동작과 낯선 동작을 색깔로 구분하고, 진도를 엑셀에 기록했다. ‘나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나?’ 이 질문이 나를 계속 몰아세웠다.


하지만 엑셀을 채울수록 운동의 기쁨은 멀어졌다. 회차가 쌓일수록 조급해졌고, 선생님께 “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세요”라며 진도표를 보여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 부끄럽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내 조급함을 이해하려 애쓰셨다. 매번 새로운 동작을 알려주고, 같은 동작 안에서도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도와주셨다.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갈증은 커졌다.

새로운 동작을 배워도 기쁘지 않았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른 자극이 있다는 말에 괜히 약이 올랐다.
‘완벽한 줄 알았는데, 내가 또 놓친 게 있다고?’

몸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목과 어깨 통증은 여전했고, 동작 순서도 그대로였다.
이 운동이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운동의 ‘시스템’을 알아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더 많이, 더 자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주 2~3회 레슨으로는 부족했다. 센터에서는 다른 수업이 계속 진행됐고, 개인적으로 기구를 쓸 수도 없었다. 결국 기구를 사는 것까지 고민했다. 둘 곳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만큼 이 운동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운동이길래,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걸까.

나는 왜 그걸 그토록 알고 싶었던 걸까.

스스로 납득하기도 전에, 어느새 검색창에 ‘클래식 필라테스 자격증’을 입력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눈을 감고 느껴본다. 대체 이 운동은 무엇일까.